문화일보가 외교부가 다른 언론들에게 “문화일보 기사를 받지 말아 달라”고 ‘로비’를 벌였다고 밝혔다.

15일 문화일보 1면에는 <朴, 日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라는 기사가 실렸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의 국영 두르다르샨TV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은 상임이사국 자리를 증설하기보다 비상임이사국을 증설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문화일보는 “일본 등이 자리 증설을 통한 상임이사국 지위 획득을 추진하는 데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어서 주목 된다”며 박 대통령의 발언을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로 풀이했다.

   
▲ 15일자 문화일보 1면
 
문화일보는 3면의 해설 기사에서도 “국가 정상이 ‘육성’으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박 대통령의 ‘작심 발언’ 뒤에는 현 일본 지도부의 역사인식과 이에 기반을 둔 행태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인식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 기사에 불만이 있었던 모양이다. 해당 기사를 썼던 오남석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는 16일 취재수첩 <“외교 어떻게 하라고…” 어이없는 외교부>를 통해 “외교부 당국자들은 “왜 박 대통령이 특정 국가를 거론한 것처럼 기사화했느냐”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쓰면 우리가 일본과 어떻게 외교를 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며  “나아가 외교부는 ‘청와대의 뜻’이라며 이날 오후 기사를 마감하는 조간신문들과 방송들에 “문화일보 기사를 받지 말아 달라”고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문화일보와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썼다.

오 기자는 또한 “문화일보 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정부 당국이 문화일보에 심한 불만을 드러내며 이루고자 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며 “갈등 당사국과 머리를 맞대야 하는 외교부의 어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해 할 말을 대신 해주는 언론에 대해 정부가 ‘불만’을 표출하는 게 옳은 것일까”라고 말했다.

   
▲ 16일자 문화일보 3면 취재수첩
 
오남석 기자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외교부 출입 기자를 통해 (외교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전날 기사를 썼기 때문에 취재수첩을 썼을 뿐, 취재수첩 내용은 외교부 출입기자로부터 전달받고 쓴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가 문화일보 외교부 출입 기자에게 불만을 전달하고, 다른 언론의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문화일보 기사를 받지 말아 달라”고 말한 것이다. 방승배 문화일보 외교부출입기자는 “취재수첩 내용이 전부다. 그 이상은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 공보담당관실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상임이사국 자리 신설에 반대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 밝힌 것이지 특정 국가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반대나 찬성 입장 밝힌 것이 아니라고 언론들에 설명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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