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정보원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불법 사찰하고 지방선거에도 개입했다는 폭로가 제기되면서 국정원 2단계 개혁안 마련에 들어간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과 국내파트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오후 참여연대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개혁특위 활동 평가와 과제’ 좌담회에서 “시민사회에서 누누이 강조했던 국정원의 권한 남용 수단은 수사권과 기획조정권, 국내파트 정보수집 권한”이라며 “국내파트의 정보수집 권한이 법으로 제한돼 있긴 하지만 사실상 언론사와 정부기관에 국정원 직원이 상시 출입하며 취득하는 정보는 구별이 안 돼 여러 권한 남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제도적 통제와 처벌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여야가 합의한 정보관 활동 통제는 정부기관의 상시 출입만 제한하는 것이지 기본 출입 제한은 아니며 국내정보 수집 범위도 직접 통제 권한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해 국내파트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지난 50년간 국가정보기관이 권력 남용의 역사를 만들어 왔는데 국정원 통제와 권력 분산이라는 두 가지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개혁특위가 국민 앞에 내놓을 수 있는 결론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가운데)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정치사찰과 선거 개입 행위가 다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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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변호사)도 국정원 정보관(IO)의 국내파트 활동에 대해 “국정원 직원의 직무거부권과 공익신고자보호법으로 국내파트 기능이 70~80% 축소될 것이라는 얘기가 근거가 있는지 좀더 구체화가 필요하다”며 “수사권도 국정원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지키고 싶어 하는 부분이지만 어느 선진 민주국가도 국가기관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아 수사권 배제를 2단계 개혁안에서 이뤄낸다면 국정원이 근본적으로 개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단계 개혁안에 국정원의 사이버 심리전 활동을 허용한 점에 대해 “적대 국가가 해당 국가를 공격하는 방식은 해당 국가의 반대 세력의 주장이 맞다고 지지해 주는 방식인데 북한이 남한의 반대세력 주장을 인용했다는 이유로 인용 당한 사람을 모두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사이버전 공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사이버 심리전은 국정원 집행 기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2단계 개혁안에 빠진 것은 국정원이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민주당은 빠져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사이버 심리전 활동 금지 조항을 마지막에 뺀 것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혹시 법안이 영향을 줄까 봐 철회한 측면이 있다”면서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민을 상대로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여당을 이롭게 하는 심리전단 운영을 않겠다고 약속했고 새누리당도 이에 동의하고 있지만, 북한 사이버 전사들이 남한 국민을 상대로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에 대한 사이버전은 계속 하겠다고 고집하고 있어 이 부분은 논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호중 교수는 “사이버 심리전과 관련해 국정원이 진지하게 국민에게 사과나 반성 의견 표명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비밀 정보기관의 속성에 비춰보면 국정원이 자성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위험하다”며 “남 원장도 국민을 상대로 정치적 여론공작을 안 하겠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사이버전 활동엔 대응하겠는 것은 이름만 살짝 바꿔 같은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포장이어서 국정원의 긍정적 변화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문 의원은 국정원 정보관 문제에 대해서도 “정보기관이 지난 50년 동안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고 이번 특위를 맡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라며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의 불법사찰 사례에서 보듯이 그동안 국가기관의 불법 정보활동이 드러나지 않았고 사실상 불법이 용인되고 있지만 국회 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현행법만 엄격히 적용해도 국내 정보관 활동은 70~80%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태호 처장은 “국내파트 활동이 정말 불법이라면 불법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 첫째”라고 지적했으며, 장유식 변호사도 “국회 정보위의 통제 권한이 강화돼도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이뤄져 현실적으로 바뀌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 산하든 독립적 기구든 정보원 활동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보감독위원회나 감찰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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