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에서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우리 정부의 분담금이 올해 5.8%나 증가했지만, 분담금 안에 포함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은 3년간 동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직원들의 인건비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 일부는 다른 사업비로 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지난 12일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 협상 결과 올해 분담금 총액은 지난해 8695억 원보다 505억 원이 증가한 9200억 원으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협정 유효기간은 오는 2018년까지 5년으로 정했으며 연도별 인상률은 전전년도 소비자 물가지수(CPI)를 적용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합의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 2009년 제8차 협정에서 7600억 원으로 책정된 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4년 동안 1095억 원(14.4%)이 올랐다.

이처럼 방위비 분담금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지만 분담금 안에 포함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은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동결됐다. 15일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에 따르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은 미 국방성의 임금동결령에 따라 지난 2011년부터 전혀 인상되지 않은 반면 국내 일반 공무원 임금은 11.4%가 올랐다. 이는 주한미군 노동자의 지난 7년간 임금인상률(11.5%)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물가 인상과 함께 방위비 분담금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정체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불합리한 임금정책 때문이다.

주한미군 노동자들은 SOFA협정 17조에 따라 고용주인 주한미군과 근로계약과 단체협상을 진행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해외 주둔 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들의 임금에 ‘Pay Cap’(임금 상한제) 정책을 적용해 오고 있다. Pay Cap 제도는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의 임금 인상률은 당해 연도 미연방정부 공무원 임금 인상률과 한국 공무원 임금 인상률 중 높은 쪽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제도로,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2중 규제지만 하한선에 대한 기준은 없다. 이에 따라 미연방정부 공무원의 임금이 동결이 되자 미군기지 한국노동자들의 임금도 계속 동결시킨 상태로 이어져 온 것이다. 

최응식 주한미군노조 사무국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Pay Cap 정책은 한국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노조의 단체교섭과 임금협상 권리를 빼앗고 있다”며 “우리 노동자들이 3년간 임금동결과 대량감원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그동안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의 70%를 지원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소속 회원들이 13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 협상 결과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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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전체 운영 유지비용 중 일부를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지난 1991년부터 △인건비 △군사시설개선비 △연합방위력 증강 △군수지원 등 4개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 이 분담금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이나 한국인 노동자의 총인건비 71%를 우리 정부의 분담금에서 지급하고 있다. 나머지 30%는 미군에서 지급한다.

노조는 현재 71% 내에서 지급하도록 한 인건비 제한 규정을 철폐하고 방위비 분담금으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전액 지원함으로써 노동자에 대한 우리 정부의 권한을 강화해 안정적인 고용조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는 방위비 분담금의 인건비 지원 취지에 대해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고용조건을 보장해 노동시장의 안정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방위비 분담금에서 인건비 예산을 늘린 후 그중 일부를 다른 항목으로 전용하거나 조정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도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안 보고서를 보면 2012년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예산은 당초 3456억 원으로 편성됐다가 한미 방위비분담공동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미국 측이 3357억 원으로 감액한 후 차액을 군사시설개선 비용으로 전용했다. 이 전용 예산이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에 쓰였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미군이 전용한 것은 아닌데 국방부의 자료가 상세하지 않아 차이 나는 부분을 잘 설명하지 못했다”며 “인건비 전용 문제는 인건비 명목으로 받아서 다른 데에 쓴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미군 측이 인건비 집행 내역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물가 인상 등 국내 상황과 동떨어진 주한미군 노동자들의 임금동결에 대해서도 “정부는 이번 9차 협상을 통해 인건비와 관련해 미국 측이 우리 노동자의 복지 증진 문제를 보다 관심 있게 다루고, 우리 노동자의 입장을 미국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했다”며 “인건비 지원 비율을 75%로 올리고 방위비분담 공동위원회에서 분담금 배정액 협의 시 인건비 분야부터 우선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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