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사설 <정치인과 교과서(Politicians and Textbooks)>가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가 맞대응 사설을 내면서 발끈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16일 사설 <한국사 교과서를 일 역사 왜곡과 같이 본 NYT는 사과하라> 사설에서 뉴욕타임스에게 “정정보도와 사과”까지 요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하는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한국인들의 친일 협력에 관한 내용이 축소 기술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친일 협력행위가 일본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내용의 새로운 교과서를 교육부가 승인하도록 지난해 여름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뉴욕타임스는 “교과서를 개정하려는 두 나라의 위험한 노력은 역사의 교훈을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뉴욕타임스 1월 13일자(현지시간). 사설.
 
이에 한국 교육부와 외교부가 동시에 나서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의 사설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뉴욕타임스가 강추위에 얼어붙었는지 몰라도 사실 관계가 틀린 황당한 사설을 게재한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사 가운데 동아일보가 나선 것이다. 비평 형태도 아닌 사설을 통해 타사, 그것도 외국 언론사에게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동아일보는 “이 사설은 기본적인 사실부터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며 “사설이 문제 삼은 것은 최근 논란을 빚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인 모양인데, 박 대통령이 이들 교과서에 대해 특정 관점으로 재집필을 요구한 발언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반박했다.

과연 그럴까? 박근혜 대통령이 교학사 역사 교과서 논란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사실에 근거한, 균형잡힌 교과서로 학생들이 배워야 하고 좌건 우건 이념적 편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정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차원에서 보면 교학사 교과서를 ‘밀어붙였다’고 표현한 뉴욕타임스의 표현이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교학사 교과서 내용을 옹호한 이배용을 임명했고 국사편찬위원장에 뉴라이트계열인 유영익을 임명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학사 채택반대움직임이 외압이라며 감사를 통해 외압을 넣은 것도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다. 이에 앞서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오류가 수두룩했던 교학사 교과서를 타 교과서의 오류 문제까지 엮으며 기어이 통과시킨 것도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다.

   
▲ 동아일보 1월 16일자. 31면. 사설.
 
뉴욕타임즈는 이와 함께 “현재 한국의 전문가 집단과 엘리트 관료 중 다수는 일제 식민통치에 협력했던 가문 출신들”이라고 지적했는데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서도 “사실과 동떨어졌다”며 “친일 집안 출신들이 현재 수백만명에 이르는 전문직 종사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근거는 뉴욕타임즈가 댈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동아일보는 ‘professionals’를 ‘전문직’으로 해석하며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했지만 타 언론들은 ‘전문가’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것이 뒤의 엘리트 공무원 ‘elite civil servants’과 엮여 한국 사회 주류계층을 의미하는 셈인데, 다른 것을 떠나 한국사회의 진정한 주류계층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주 가문은 친일 사실이 분명히 있다.

   
동아일보 1938년 1월 1일자 신년호.  히로히토 일왕 부부의 사진이 실려있다.
 
동아일보는 “뉴욕타임스 사설은 한국에서 교학사 교과서 추방 운동을 벌인 좌파 사학계 쪽의 이야기만 참고해서 쓴 것 같다”며 오히려 근거 없는 주장을 했지만 뉴욕타임스 등 해외언론들이 제3자의 입장으로 교학사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참고할 만하다. 오히려 이해 당사자도 아닌 외국 언론의 사설에 대해 “좌파 쪽 얘기만 들었다”고 좌편향을 주장하는 동아일보의 주장이 이상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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