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이 천만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한 매체의 인터뷰가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의 배경인 부림사건을 담당했던 3인의 검사 중 한명인 고영주(65ㆍ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부림사건은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명백한 의식화 교육 사건”이라며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됐던 부림사건의 실체를 부정하고 고문 사실까지도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고영주 변호사는 각종 보수단체 행사에서도 개봉되기 전부터 영화 <변호인>을 줄곧 비난해왔다. 이에 부림 사건 고문 피해자로 영화 <변호인>의 실제 모델인 고호석(55)씨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고영주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고 변호사가 명예욕과 출세욕에 물들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호석씨는 당시 부산대를 졸업하고 부산 대동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를 하면서 공장노동자를 위한 야학을 하고 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고영주 변호사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부림사건의 피고인인 이상록씨가 자신에게 “‘지금은 우리가 검사님한테 조사받고 있지만 공산주의 사회가 오면 우리가 검사님을 심판할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고 변호사는 이어 “그 친구는 나하고 한참을 논쟁했는데, 그 친구한테 ‘생산력’과 ‘생산관계’니 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사회과학 용어도 처음 들었습니다. 저한테 원시공산사회에서 고대노예제 사회, 봉건사회, 자본주의 사회를 거쳐 공산사회가 된다는 ‘설교’를 한참 했습니다”라며 “너무나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도저히 고문을 받았거나, 강압적 경찰 조사에 주눅이 든 피의자라고 상상할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상록씨가 자신과 사상논쟁을 할 만큼 당당한 태도를 보였고 이씨의 태도로 볼 때 고문이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 고 변호사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요지다.

하지만 고호석씨는 "고영주 검사의 이 같은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처음 이런 얘기를 했을 때 이상록씨라고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가 부림사건 관련자들의 근황이 알려지고 이상록씨가 돌아가셨다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부터 이씨를 특정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상록씨는 지난 2006년 고인이 됐다.

고호석 씨에 따르면 이상록씨의 담당 검사는 고영주 변호사가 아니라 최병국 검사였다. 고영주 변호사는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상록씨가 취조를 받으러 온 ‘첫날’ 사상논쟁을 했다고 했지만 검사 3인의 검사 중 고 변호사는 담당검사가 아닐뿐더러 가장 말단이었기 때문에 이씨가 찾아갈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고씨는 “만에 하나 이상록씨가 (고영주)검사에 그런 얘기를 했다면 출소하고 나서 돌아가실 때까지 어떻게 지인은 물론 부인한테도 그런 얘기를 안 할 수 있느냐. 그런 진술을 했다면 검찰 입장에서는 유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신문 조서나 법정에서 나와야 될 얘기인데 조서나 법정에서도 그런 얘기가 단 한 번도 오고간 적이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돌아가신 것을 악용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애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우리 모두 40일 정도 되는 기간에 불법감금, 고문, 폭행 속에 지냈고 검찰로 넘어갔을 때는 엉망진창이 돼 있었다. 그 상태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사와 사상 논쟁을 했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고영주 변호사가 이상록씨의 진술을 정확히 기억한다고 말하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당시 저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도 몰랐고, 그런 변호사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나중에 대통령이 된 후에 자신이 부림사건 변호를 했다니까 그런 줄 아는 것이죠”라고 말한 것도 논란이다. 고호석씨는 “당시 노무현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제 눈에 가시였다. 존재감이 없었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 고영주 변호사가 영화 <변호인>의 배경인 부림사건에 대해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명백한 의식화 교육 사건"이라고 밝힌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조선pub]“영화 <변호인> 엉터리다” 부림사건 당시 수사검사 고영주 변호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1/12/2014011200637.html

고영주 변호사가 특히 문재인 의원과 부림 사건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저쪽’에서 문재인 의원이 부림사건 변호인이었던 것처럼 말해 왔기 때문에 저도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는 또 아니라고 하니까 아닌가 보죠”라고 답한 것은 180도 자신의 입장과 배치된 내용이다. 오히려 부림사건과 관련있다며 문 의원을 공격한 인물이 고영주 변호사 자신이기 때문이다. 

고 변호사는 여러 언론 인터뷰와 행사에서 ‘문재인 후보도 부림 사건에서 변호를 했다’며 공산주의 운동을 변호한 문재인 의원을 맹비난했지만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180도 바꾼 셈이 됐다. 영화 <변호인>으로 부림사건이 알려지고 문재인 의원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과거 자신의 주장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고 변호사가 조사 과정에서 고문이 있었다는 진술이 없었고 고문 얘기가 나온 것은 재판장이었다며 고문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부림사건의 본질을 가리려는 술책이라는 것이 고호석씨의 주장이다.

“담당 검사 중 최병국 검사가 대공분실에 왔어요. 이 부분은 최병국 검사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최 검사는 고문이 있었다고 물었고 (고문이)없었다고 해서 고문이 없다는 주장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허름한 건물에 철제 책상과 군용 메트리스만 있는 곳에서 무엇을 했겠습니까. 최 검사가 왔을 때 경찰이 기술적으로 팬다고 했지만 정신없이 맞다보니 몸통에 있는 상처는 안티프라민으로 지웠지만 눈가에 멍이 들어있었어요. 최 검사는 그곳에서 고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물었지만 만나기 전 경찰이 ‘높으신 분 오는데 조심히 말을 하라’는 말을 들었고 진술도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어떤 잔혹한 짓이 돌아올 것을 뻔히 알고 20일 동안 초죽음이 된 상태였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을 하겠습니까. 당시 변호인도 접견 한번 못했는데 우리 보고 당시에 고문이 있었다고 말을 왜 안 했느냐라고 따지면서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통닭구이(고문)를 안 당해봤으면 우리가 어떻게 그런 고문이 있었는지 알수 있겠어요”

부림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아람회, 오송회 사건 등 용공조작 사건의 재심에서 수사관이 직접 나와 고문사실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고씨는 "다른 사건에서 부산시경 대공분실 수사관도 (고문 사실을)인정했는데 공안검사를 했다는 사람이 당시 관행적으로 이뤄진 고문과 폭행을 모른다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고문을 통해 나온 자술서가 나왔지만 20일 넘게 걸려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도 고호석씨는 “경찰에서 만든 자술서가 (잡혀온 지) 10일 후에 완성이 돼 있었고, 자기들이 만든 완벽한 답이 나와 있었지만 신문조서 10일, 구속영장 10일, 총 20일이 걸린 것은 폭행을 통해 자술서를 받아놓고 고문 흔적을 지우기 위해 시간을 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영주 변호사는 고문 사실 뿐만 아니라 수십일 동안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불법감금한 사실 역시 부인했다.

고 변호사는 ‘영화에서 대학생(국밥집 아들)이 체포당해서 끌려간 곳이 여관(혹은 민가를 개조한 곳)이고, 이곳에서 감금된 채 한 달간 고문을 당한 것으로 나오는데요. 당시에 피의자를 외부에서 수사하는 관행이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면 그야말로 왜곡 조작이죠. 또 한 달간 피의자가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하면 경찰이나 검찰청에 신고가 들어왔을 텐데 당시에 전혀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호석씨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족들이 답답해 온데를 찾아 헤맸고 경찰에서는 연행 사실을 부인했다. 그런데 끌려간 한분 가족의 교회에 아는 경찰이 다니고 있어서 그 경찰을 통해 대공분실에 잡혀 들어갔다는 것을 알았고, 위치가 어딘지를 알고 찾아가서 그 앞에서 '가족을 돌려줘'라고까지 했는데 여기는 '출판사'라며 쫓아내고 난리를 쳐놓고 (신고)그런 사실조차 없었다니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피의자들이 '결정적 시기'가 오면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내용을 적시하면서 그 근거로 볼온 서적을 제시한 것도 부림사건 당시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당시 재판에는 책방 주인이 증인으로 나와 ‘불온서적’을 시중에서 구할 수 있고 판매했다고 증언했고, ‘불온서적’을 감정하는 감정서도 증인으로 나와 오히려 불온서적이라고 하는 책이 공산주의와 거리가 먼 내용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제가 직접 감정사와 신문하면서 샐리그만이라는 사람은 재정학회 출신으로 보수적인 경제학파를 대변하는 단체의 사람이고, 그가 쓴 책 내용 중에는 유물사관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2페이지가 나오는데 이를 공산주의 사상을 선전하는 책자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나쁜 의도로 보면 이용할 수 있다고 답변하더라구요. 결정적 시기에 혁명, 민중봉기를 하자는 대목도 검찰 공소사실에 나오지만 자기네들이 말한 불온서적 어디에도 결정적 시기라는 말이 단 한번도 나오지도 않습니다”

고 변호사가 영화 <변호인>의 영화적 요소와 장치를 문제 삼아 교묘히 사실을 왜곡해 부림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 <변호인>에서 고문당한 학생을 치료한 군의관이 양심에 찔려 법정 증인으로 나온 대목이 대표적이다. 고영주 변호사는 “군의관이 왜 민간인 조사에 나옵니까? 민간에도 의사가 있는데…. 그리고 고문을 한다면서 의사를 불러놓고 합니까. 무슨 소리인지….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라가 발칵 뒤집어 졌겠죠. 여기저기에서 아무 사건이나 모자이크 해서 갖다 붙인 모양이네요”라고 주장했다.

고영주 변호사의 말처럼 당시 군의관이 고문을 당한 사람을 치료하거나 법정 증언을 한 것은 아니다. 영화 <변호인>은 허구적 인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당시 부림사건 피의자가 받았던 고문의 상처를 치료했던 의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고호석씨는 주장했다.

고씨는 “경찰과 계약한 것으로 보이는 부산의 광해병원이라는 한 의사가 대공분실에서 치료를 한 것은 사실이다. 심한 상처를 치료하거나 저 같은 경우 발톱이 썩어들어간 것을 치료한 사실이 있고, 우리 몰골을 보고 측은하게 봤던 게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의사를 찾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 영화 <변호인> 실제 모델인 고호석씨
 

고 변호사가 영화 변호인에서 검찰 측이 ‘국가보안법은 유무죄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형량을 다투는 사건’이라고 말한 대목에 대해 “그야말로 바보 같은 소리죠. 보안법이야말로 형량보다는 유무죄(有無罪) 여부가 중요합니다. 오히려 형량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지금은 국보법 위반자가 국회의원도 되고 공직에도 진출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보법 위반 사범은 사람 취급을 못 받을 때입니다”라고 주장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고씨는 주장했다.

고호석씨는 “(부림사건 담당검사)최병국 검사는 부산고등학교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왔는데 피고인 중 부산고등학교를 나온 사람 2명을 따로 불러 ‘공산주의자가 맞지만 반성한다’라는 내용의 반성문을 쓰면 집행유예로 내보내주겠다고 말했는데 무슨 국가보안법 사건이 유무죄가 중요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씨는 “부림사건 1, 2차 재판에서 16명이 같이 받았는데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여러 명 있었다"며 "서울대, 부산대, 동아대 등 두루두루 묶고 양서협동조합과 부산대 독서동아리와 관련 있는 사람을 조사하면서 자기 기준으로 묶어 만든 것이 부림사건이다. 자기네들 주장처럼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전형적인 의식화 학습 조직이라고 한다면 내부의 일관된 체계나, 조직의 이름이나 강령 하다못해 규칙이라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별개의 모임과 개인들의 개별적인 관계를 얼기설기 얽혀서 두들겨 패서 만들어낸 사건이다. 조직으로 묶으려고 두들겨 패다가 되지 않으니까 부림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인 게 아니냐, 조직 이름을 만들어서 붙일만큼 일관성도 전혀 없는데 공산주의 조직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부림사건을 정의할 때 통상 관련자가 22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직접 연관돼 3차례에 걸쳐 재판을 받은 사람은 19명이라는 것도 당시 부림사건이 여러 모임을 연결시켜 만든 사건임을 보여준다.

고영주 변호사가 특히 “노무현 정부 때 과거사진상규명위와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에서 진짜 간첩행위를 한 사람들도 민주화 인사로 만든 판에 그들 주장대로 부림사건이 정말 고문으로 조작된 용공사건이었다면 재심에서 어떻게 유죄가 유지됐겠느냐”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 거짓말이라는 것이 고호석씨의 주장이다.

고씨는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전혀 재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유죄가 유지된다고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부림사건은 지난 2009년 부림사건 혐의인 계엄포고령과 집시법 위반에 대해 재심을 거쳐 면소 판결과 일부 무죄를 받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심은 오는 2월 13일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고씨는 고영주 변호사에 대해 “고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은 대한민국의 70-80년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로 있는 상황에서 경찰, 검찰, 법원이 독립돼 있다고 하고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철저하게 자신이 유리한대로만 전제해놓고 영리할 정도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냉전의 유령에 휩싸이고 출세욕에 눈이 멀었다. 비정상적인 상태로 심각한 사람이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고씨는 영화 변호인에 대해 “큰 틀에서 보면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대사에 당시 법정 상황에 대한 분노가 있는 것이고 그 속에 인권변호사로 변신하고 6. 10 항쟁에 앞장 선 변호인의 얘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짧은 시간에 변호인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여주다 보니까 극적인 장치로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그것을 가지고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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