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주간한국’이 농협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금을 세탁해줬다는 내용의 단독기사를 내보냈다가 삭제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주간한국은 한국일보 인터넷 판에 실린 <‘농협, 이명박 상금 세탁’ 충격적 내막>에서 “농협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금 세탁’을 도운 정황이 드러났다”며 “농협이 이 전 대통령이 해외에서 수상한 상금의 수표가 채 입금도 되기 전 이를 매입해 이 전 대통령 계좌로 송금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이 2011년 해외 원전수주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부로부터 받은 ‘자이드 환경상’ 상금 50만달러를 수표로 받은 뒤 농협 청와대 지점을 통해 현금화했다는 것이다. 주간한국은 “해외에서 받은 금품을 신고해야 하는 공직자 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분석했다.

   
▲ 11일자 주간한국 기사 갈무리. 현재 삭제된 상태다.
 
주간한국은 이어 해당 전산기록이 2011년 4월 11일 전산사태를 전후로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주간한국은 “농협 안팎에선 수표 매입과 전산기록 삭제가 '윗선'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고위층 인사의 개입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고 전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게시판과 SNS에는 ‘충격’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명박’이 포탈 실시간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누리꾼들은 “당장 구속 수사해야 한다” “농협 사태가 북한 소행이라더니 그 틈에 기록 삭제한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해당 주간한국 기사는 11일 정오를 기점으로 돌연 삭제됐다. 포탈에 댓글만 6000개가 달리고, 누리꾼들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퍼 나른 기사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해당 보도를 받아 쓴 한겨레 기사 등도 홈페이지와 포탈에서 삭제됐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외압 논란이 일었다. 주간한국 관계자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사정이 좀 있다”고 밝히면서 외압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한 누리꾼은 “사실 확인이 덜 된 것은 아니지만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라는데 다들 뭔지 아시겠죠?”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농협과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농협중앙회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농협 내부규정에 따라 신용이 확실하면 외화수표 추심 전 매입이 가능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신용이 확실하기에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전산기록은 삭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일부 언론이 명확한 근거와 사실 확인 없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괴담 수준의 허황된 내용을 기사화하고 의혹을 확대시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수표의 추심, 전산기록 삭제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농협의 해명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기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언론사의 납득할만한 조치를 바란다”며 “조치가 없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기사를 작성한 송응철 기자는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기사를 내린 데 대해 외압설, 로비설, 오보설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것과 전혀 무관하다”며 ”조금 더 자세한 팩트를 담보하기 위해 잠시 기사를 유보했고 추가 취재분을 더해 내일(13일) 후속보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사실확인차 13일 송 기자와 통화를 시도했고, 송 기자는 “주간한국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이 정확한 입장”이라며 “농협과 이 전 대통령 측의 정정보도 요청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주간한국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취재 당시 농협은 수표 추심 전 매입과 전산기록 삭제에 대해 해명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다가 보도가 나가자 몇 가지 자료를 제시했다며 “농협은 주간한국 보도에 취재 기간 충분하지 않은 자료와 늑장 대응을 보였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본지를 방문해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시했다. 그 중에는 보도 내용을 해명하는 데 객관적으로 신빙성 있는 것과 일부 보완이 필요한 부분 등이 혼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간한국은 언론의 생명인 공정성, 객관성이라는 가치와 보도 대상에 가해질 수 있는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팩트의 정확성, 진실 보도라는 전제에서 임시적으로 온라인 기사를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며 “충분한 '진실 '확인을 위해 농협 측에 소명자료에 대한 보완과 물적 증거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해 놓았으며, 이는 후속 보도를 통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간한국 기사 관련해 한국일보 기자들은 ‘주간한국과 한국일보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관련 기사를 리트윗했던 서화숙 한국일보 기자는 “농협 기사는 한국일보 기사로 알고 제가 리트윗했으나 주간한국 기사이며 한국일보와 아무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최진주 한국일보 기자 역시 “한국아이닷컴은 사실과 다른 추측 과장성 보도를 했다가 농협의 항의를 받고 기사를 내린 것”이라며 “주간한국은 현재 한국일보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역시 13일 지면을 통해 “인터넷과 SNS에서는 한국일보가 외부압력을 받았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고, 실제 본지 편집국 간부와 기자들에게도 경위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며 “한국일보는 현재 ‘주간한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주간한국’은 1964년 본지 자매지로 창간됐지만,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장재구 전 한국일보 회장 측에 의해 2011년부터 본지와는 업무지시나 취재공유, 주식지분관계 등이 전혀 없는 완전 별개 매체로 분리돼 발행돼 왔다. 단지 한국일보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만들어진 체제에 따라 인터넷 뉴스사이트 등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 13일자 한국일보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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