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하자, MBC가 ‘대박’의 유래와 기원을 찾아 나섰다.

9일 방송된 는 ‘[뉴스 브리핑]통일 대박에 이어 소치 대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박’ 발언을 자주 쓴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9일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과 ‘소치 대박’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박용찬 앵커는 이를 두고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 이런 표현을 썼는데 어제는 소치는 대박이라는 구호를 외쳤다”며 “연일 대박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대박이라는 말 어디서 유래됐는지 화면을 보자”고 말했다.

박 앵커는 “어제 박 대통령은 (소치올림픽) 선수단과 만나 대박이라는 말을 또 사용했다. 덕분에 대박이라는 표현이 요즘 그야말로 상종가”라며 “속어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표준어 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다. 어원에 대해 설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박’의 세 가지 어원에 대해 상세히 전했다.

   
▲ 9일자 MBC 뉴스24 갈무리
 
박 앵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박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이유’에 대해 해설했다. 그는 “박대통령과 대박과의 인연은 대선운동이 한창이던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가장 즐겨 쓰던 건배사가 대박이었는데, 이 때의 대박은 대통령은 박근혜 라는 말의 줄임말”이라며 “건배사대로 청와대로 들어간 박근혜 대통령, 이제는 국정운영이 잘 되길 바라는 염원에서 대박이라는 표현 자주 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가 보도되자 인터넷 게시판과 SNS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누리꾼들은 “하루의 마지막 뉴스에서 이런 걸 봐야하나. 그것도 뉴스 논평으로?” “엠비시 막장이다” “보도라기보다 메이킹” “청와대 방송인줄”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 이후 MBC는 ‘문비서’, ‘엠X신’ 등으로 불려왔다. 중요한 뉴스를 뭉개고 가십성 뉴스로 꼭지를 채우거나 대통령의 동향보고를 시시콜콜 전하는 뉴스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MBC는 그간 국정원 사건, 밀양 송전탑, 이남종씨 분신 등 중요한 내용은 제대로 다루지 않거나 ‘여야의 정쟁’ 정도로 처리했다. 그 빈자리를 멧돼지 동향보고 등 동물뉴스나 베이컨을 아스팔트에 굽는 장면 등이 채웠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순방을 다룰 때는 한복색깔까지 세세하게 보도했다. 장성택이 숙청당하자 북한 뉴스를 수십 꼭지를 할애해 다루면서 김정은이 눈썹을 왜 밀었는지까지 주목했다.

   
▲ 9일자 MBC 뉴스24 갈무리
 
지난 6일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전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MBC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3사는 6일 메인뉴스에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재방송 수준으로 편집해서 내보냈다. MBC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통일은 대박이다’ ‘불통논란에 대한 대답’ ‘역사인식 강조’ 등 박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의제들을 그대로 전달했다. 이에 대한 논평이나 평가는 기자회견을 두고 여야가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 다였다. 대통령 말에 사실관계가 다른 말이 있었다는 점이나 통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한 것인지 등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신년기자회견에 대한 ‘심층 분석’은 엉뚱하게도 ‘대박’이라는 단어로부터 나왔다.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에 이어 ‘소치 대박’이라고 외치자 박 대통령이 대박이라는 단어를 왜 자주 쓰는지 분석에 나서고, 대박의 어원과 유래까지 탐구한 것이다. 한 누리꾼이 “MBC 뉴스가 대박(대단한 박근혜)”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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