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은 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어느 사관을 강요한 것도 아니고 예를 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 대해 어두운 면과 밝은 면 보여주며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균형적인 것”이라며 “교학사 교과서가 아직 불충분한 부분이 있고 위안부 관련 등 심각한 오류가 있지만 이는 실수라고 보이고, 그런 것들이 수정된다는 조건 하에 공동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곽 교장은 이어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공식적으로 교학사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채택했다고 하면 사람들의 저항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권유했지만 우리는 공동채택이라고 본다”며 “교학사 교과서 채택 포기는 죽어도 할 수 없으며, 근현대사 부분을 중심으로 우리가 취사 선택해서 가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 사진=강성원 기자 | ||
그러면서 그는 “전국의 학교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는 분위기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 역량에 따라 교과서 채택이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면 우리로서도 영광이 아니겠느냐”며 “최종적으로는 학교장에게 결정권이 있지만 가능한 의견수렴을 많이 하고 몇 달이 걸리더라도 학부모와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박 교장은 예상되는 동문과 시민단체의 항의에 대해서도 “동문이든 시민단체든 학교에 와서 이성적으로 얘기하면 충분히 기회를 줄 것이고, 대신 나도 거기에 대해 학생들 앞에서 반박해 나가겠다”며 “국가에서 검증한 교과서인데 그들의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리가 선택해 균형 잡히게 보인다면 반대한 이유가 없을 것이고, 그런 의견도 말하지 못하게 하는 나라는 민주사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 서울디지텍고등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 ||
서울디지텍고 1학년 재학 중인 김아무개(17) 학생은 “우리가 뉴스를 안 보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 본문이 다 나와 있어 교학사 교과서가 잘못된 것인지는 다들 안다”며 “우리 학교가 채택했다는 뉴스를 보기 전에도 이미 교학사 교과서가 논란이 됐기 때문에 그전에도 어떤 내용인지 다 살펴봤다”고 말했다.
송환웅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교과서가 대학교재도 아니고 학교에서 논쟁이 대상이 되는 게 아닌 공인된 지식으로 인정받은 것이어야 하는데, 교학사 교과서는 채택률 0%가 말해주듯이 제대로 된 교과서가 아니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교학사 교과서는 교육부에서 계속해서 수정 기회를 주는 등 절차상으로도 굉장히 문제가 많고, 역사연구기관의 정당한 문제제기도 외압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어 이런 와중에 채택한다는 것도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 정말 제대로 된 대화를 해준다면 좋겠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칠판이나 시험문제에서, 책에서만이 아니라 교장이 어떤 식으로 학교 행정을 집행해 나가느냐는 것도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며, 사실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