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독재 미화 지적을 받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가 전국에서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수백 건의 역사왜곡과 오류를 지적받은 교학사 교과서에 전례 없는 추가 수정 기회를 제공하고 관련 법령 위반에도 눈감아 준 교육부의 ‘교학사 구하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4명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8일 제출받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선정·채택 현황’에 따르면 전국 1794개 학교 중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는 경북 청송여고와 경기 한민고 두 곳뿐이었다. 그마저 청송여고가 9일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기로 결정했고, 한민고도 지난 7일 “교과협의회에서 한국사 교과서 선정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혀 사실상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을 0%를 기록했다.

전국의 고등학교 수는 2322개교지만 나머지 528개교는 한국사가 고2 때 편성돼 있어 올해 하반기에 교과서를 선정하기 때문에 이번 집계에서 제외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30일까지 교과서 주문을 완료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47개교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소집되지 않아 교과서를 최종 채택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교과서를 선정하지 않은 전국 47곳 중 25곳(53%)이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사립 22곳, 공립 3곳)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천과 충남 5곳, 울산 4곳, 전남·경북·대구 2곳, 광주·경남 1곳이 교과서를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교학사 교과서의 왜곡 내용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강제동원 피해자, 독립운동가 유족 등이 교학사 교과서 폐기와 서남수 교육부 장관 해임을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한편 민주당 교문위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9일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교육부가 지난 8일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 철회한 몇몇 학교에 외압이 있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정교과서를 언급하고 새누리당 실세들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낮다고 개탄하자마자 특별조사에 들어가 하루 만에 그 결과를 발표한 교육부가 끝까지 교학사 교과서 구하기에 나서고 있는 것 자체가 외압”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여당에서 국정교과서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국사 교과서는 지난 1974년에 유신교육을 위해서 국정화했다가 세계적인 흐름과 민주화의 추세 속에서 2002년에 검인정체제로 된 것인데 지금 국정교과서로 돌아간다는 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고 다시 유신교육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라며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같이 편향된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해 놓고 수능에도 필수로 해놓은 상태에서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8일 염동열 새누리당 교문위 의원은 JTBC ‘뉴스9’에 출연해 “선진국 가운데 국정 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없다”는 앵커의 질문에 “전혀 없지는 않고 러시아나 베트남, 필리핀이 국정 교과서를 쓰고 있고 특히 북한은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이 선진국이냐”는 누리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염 의원의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에 종북이 출현했다”며 “새누리당의 국정교과서 재도입은 교학사 교과서를 아예 국정교과서로 만들어 위에서 아래로 일률적으로 내리꽂겠다는 발상인데 그냥 다시 유신을 하겠다고 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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