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경기 파주시 한민고등학교가 7일 오전 교과협의회를 열어 한국사 교과서 선정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을 고집하던 전주 상산고등학교도 철회를 결정했다.

군인복지기본법을 근거로 국방부가 설립해 올해 3월 개교를 앞둔 한민고는 한국사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자체 교과협의회가 꾸려지지 못한 채 인근 고등학교 역사교사 3명에게 교과서 추천을 위탁했다. 하지만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없이 금일철 한민고 교감 내정자 이하 개교준비 교사들이 심의를 대신했고, 이 과정에서 역사교사도 배제돼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국방부 학교설립추진단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지난번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고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자료가 취합됐다”며 “이번에 채용된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교과협의회에서 8종의 교과서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민고는 이날 오전 내부회의를 거쳐 이르면 7일 중으로 교과서 채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민고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 사실이 알려지자 한민고 인터넷 카페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한민고 인터넷 카페 갈무리
 
한민고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 사실이 알려지자 한민고 인터넷 카페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본인을 올해 신입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아무리 선생님들이 양심적으로 역사를 가르친다고 해도 교학사 교과서의 불분명한 사료 출처와 친일 미화, 사실 오류, 누락 등의 문제가 넘쳐나는 교과서로 올바른 역사를 공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민고는 군인 자녀들을 위한 학교이므로 이런 역사 교과서 채택으로 네티즌의 화살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봐달라”고 당부했다.

한 학부모는 “한민고 학부모가 군인이라고 해서 교학사 교과서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판”이라며 “아이가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 다니라고 한민고를 보냈는데 이제 한민고 다닌다고 어디 가서 얘기도 못 하고 다닐 것 같아 불쌍하다”고 말했다.

또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 예비소집일에 맞춰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을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학부모는 “상황을 좀 더 이성적으로 보고 집단행동을 해야 할 상황까지 오면 안 되겠지만, 그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현재 학부모게시판에서 ‘한민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150명 중 144명(96%)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했다.

한민고는 정원의 70%를 군인 자녀로 선발하는 기숙형 학교로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아 한민학원을 설립하고 정부예산 350억 원과 국방부 호국장학금 200억 원을 지원받아 파주시에 학교를 조성해 오는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한민고는 현재 13학급 412명의 신입생 선발을 마쳤고 초대 교장에는 전영호 전 경기과학고 교장이 내정됐다.

한편 호남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고수했던 전주 상산고등학교도 이날 오전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최종 철회했다. 박삼옥 교장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해 최종적으로 ‘지학사’ 교과서 1종만을 선정했다”며 “당초 취지와 달리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에게 불신과 불열을 초래해 가장 소중한 학생들이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상황이 발생해 교과서를 재선정하게 됐고, 외부의 강압에 의한 결정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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