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싱글남 사회학자로 1인 가구 문제를 다룬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펴낸 노명우 교수가 <세상물정의 사회학>이란 새 책을 썼다.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세속을 살아가는 사회학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문제를 다뤘다. 임금을 받아 생화하는 월급쟁이 노동자 교수로서 스스로가 평범한 세속적 존재임을 자각하고, 누구나 살면서 겪는 세상 경험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채집하고 궁리해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시도했다.

“당신의 삶은 세계의 사건 중 한 조각이 안라 세계의 사건 전체”라는 물리학자 슈뢰딩거의 말고 시작하는 이 책은 개인들의 구체적 삶의 절실함과 생생한 경험을 이해하려 한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세상 경험에 대한 자전적 사회학이자, 세속의 사회학자였던 세상 사람들의 경험을 아울렀다.

이 책은 상식, 명품 등으로 시작해 불안, 종교, 이웃, 성공, 취미, 자살 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화려하면서도 음울한 세속의 파노라마를 펼치고 있다. 이 책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경험에 대해 똑같이 욕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하고 기뻐한 사람이자 사회적인 훈련을 받은 학자의 시선으로 사회 이면의 의미를 집어내고 이 속에 담긴 냉혹한 리얼리티를 담아내고 있다.

   
▲ [새책] 세상물정의 사회학 / 노명우 지음 / 사계절 펴냄
 
노명우 교수는 노련하고 섬세한 감별사의 솜씨로 세상물정을 요리하고 해부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리얼리티를 드러내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주인공인 가수 로드리게스의 노랫말을 이용해 세상물정의 비정한 풍경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며, 냉혹한 리얼리티를 마주할 때라야 고통과 불행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상처와 불행은 개인의 잘못이나 팔자 떄문이 아니라 사회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고, 그 차가운 현실과 대면할 때 상처받은 사회가 비로소 치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잔인하고 슬픈 현실에서 세상을 영리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이 있을까? 노명우 저자는 세상물정을 헤아리는 것이 더 ‘좋은 삶’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가 얽혀 있는 세상만사에 각자의 욕망과 편견과 오해, 판타지를 투사해 해석한다. 이런 각자만의 색안경을 벗어내고 우리 삶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보를레르와 벤야민이 선취했던 ‘산책자’의 시선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삶을 성찰하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절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우리 삶의 문제적 장면을 다룬다. 이 책은 남보다 더 잘살기 위해 권모술수와 이해타산이 얽힌 처세술이 아닌, 선한 의지로 충만한 소박한 방어의 삶을 사는 착한 삶이 아닌, 영리하고 지혜롭게 세상 이치를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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