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독재 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 학교들의 잇단 철회 방침에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채택을 고수하고 있는 전주 상산고등학교는 이사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곡 역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상산고 동문 모임(위원장 엄윤상 변호사·2회)의 서주원 고구려문화연구회장(1회)은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상산고 동문회장단에서 지난 2일 상임이사회의를 거쳐 3일에 학교 방문해 교감 선생님을 만나고 4일 홍성대 이사장도 만났다”며 “홍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기다려 봐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상산고는 수학 참고서 ‘수학의 정석’ 저자로 유명한 홍성대씨(77)가 설립한 자립형사립고등학교로 복수의 동문들의 말에 따르면 이번 교학사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도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명예회장인 홍 이사장이 교학사 사장과의 친분 때문에 교학사 교과서를 고집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 이사장은 지난 2004년 참여정부 주도로 사립학교 재단의 권한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 추진 당시에도 강하게 반발했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서도 같은 해 신동아 7월호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문화전통에서 교사는 노동자가 아닌 스승이므로 교사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스승으로서의 권한은 포기해야 한다”며 “한국의 특수성으로 봐서 교원만은 노동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상산고 동문 50여 명은 5일 오후 전주 상산고 정문 앞과 서울 성지출판사 앞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는 상산동문 집회’를 열었다. 사진=상산고 동문 제공
 
한편 상산고 동문 50여 명은 5일 오후 전주 상산고 정문 앞과 서울 성지출판사 앞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는 상산동문 집회’를 열고 “이사장이 제정한 ‘상산인의 헌장’에 나온 ‘진실이 아닌 물은 마시지 않고, 선하지 않은 과일은 탐내지 않으며, 인정이 담기지 않은 음식을 권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다시한번 읽어봐 달라”며 “우리 동문들의 소망과 순수의지를 잘 헤아려 상산고등학교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전북지역 30여 개 시민사회·교육단체로 이뤄진 ‘전북교육혁신네트워크'는 6일 오후 상산고 앞에서 교학사 교과서 철회 촉구 기자 회견과 학교 항의방문 등에 나설 예정이며, 전북교육청도 최근 상산고 홈페이지 게시판 글 무단삭제와 재학생들의 대자보 철거 건과 관련해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상산고는 6일 간부회의에서 교과서 채택에 대한 최종입장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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