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해 학생들의 대자보 등 반발을 불러일으킨 경기도 수원 동우여고와 동원고(재단법인 경복대학교)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경기도 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양서고(양평) 1곳만 남게 됐다.

동우여고 공기택 교사는 3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아침 교장선생님으로 부터 교학사 교과서를 철회하고 재심의를 위한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교장선생님의 과감한 결단이 누군가에 의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지켜 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 교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동우여고 교학사 교과서 선택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며 “교과서 선정을 놓고 두 달 동안 우리 학교 역사 교사들과 관리자들은 어느 한 사람의 눈치를 보아야만 했다”고 양심고백을 했다.

김선호 동원고 교감도 3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다시 처음부터 논의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교과협의회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오늘 오전 다시 (교과서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전 선정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 교감은 교과서 재심위 이유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운영위원 등 전체적인 의견이 종합된 것”이라며 “이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쪽으로 재심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일 오전 수원 동원고 학생들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CBS노컷뉴스
 
지난 2일 동우여고 학생들이 역사왜곡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교에 붙인 데 이어 3일 오전 같은 재단 계열의 동원고 학생 40여 명도 “식민지 침략과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와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교학사 교과서를 학교재단이 채택하려고 한다. 이제 동원고 교복이 부끄럽다”고 대자보를 붙였다.

동원고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우리는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올바른 역사와 정의로운 가치관을 배우고 싶고 우리 후배들에게, 그리고 우리 자손들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역사를 교육받았노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당 대자보는 불과 몇 분 만에 철거됐고 대자보 작성에 참여한 학생들이 교무실로 불러가 훈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원고 관계자는 “불러서 훈계를 한 것은 아니고 학생들을 징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지난 2일 “자체 파악결과 5개 학교의 교과서 선정과정이 의혹 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교과서 선정위원회에서 3배수를 선정해 학교장에게 올렸을 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여러 차례 결재를 반려한 학교가 있는가하면, 교과서 선정위원회에서 3위로 올라간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교조 경기지부는 “학교장이 해당 교과선생님들에게 교학사 교과서가 선정될 수 있도록 은근한 압력을 가했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경기도교육청은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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