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사 작성자이자 문민정부의 통일부 장관을 겸했던 한완상(78) 전 부총리가 안보와 안위를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신년사에서 눈여겨볼 게 별로 없고 박근혜 정권의 통일 정책도 진전이 없어 도무지 반면교사에서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전 부총리는 2일 오전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배우지 못한 반면교사 하나는 MB 정권의 불도저식 불통정치와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악화된 것을 직전에 경험했기 때문에 그걸 보면 저 사람이 간 길을 안 가면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며 “또 하나는 부친의 유신정권이 반면교사가 되는데 유신정권의 가장 최대 약점은 권력의 정당성이 쿠데타로 없어져 민주인권세력의 끈질긴 비판에 끈질기게 탄압해 결국 불행하게 돌아가셨는데 이 같은 역사적인 반면교사에서 배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부총리는 현 정부의 집권 1년간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종교인의 시국선언 등 갈등의 폭이 커진 점에 대해선 “유신정권으로 회귀하는 조짐이 보이는 게 소위 관권개입 부정선거가 댓글 쓰나미로 나타나, 이는 지난날 군사독재 때보다도 더 심하구나 하는 불신이 국민에게 깔려서 안녕하지 못한 국민이 날로 늘어가는 것”이라며 “이런 사실을 성실하게 수사하려는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방식이 옛날 유신체제 못지않게 험악하고, 수사팀장을 축출한 걸 보면 정말 공안검찰이 등장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신헌법을 청원한 검사 출신이고 현재 남재준 국정원장은 유신시대 박정희 대통령 하에 중앙정보부장보다도 더 공안적이고 매카시즘적”이라며 “국민은 이를 다 알고 있는데도 청와대에서는 MB때보다 더 불통으로 대응하고 이런 불통을 원칙 있는 자랑스러운 불통으로 내세우니까 경악하는 수준에까지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도 “최근 국정원장이 송년 모임에서 2015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을 위해 우리 죽을 각오를 하자는 식의 망언을 한 것이 북한에 다 전달되고, MB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한미 공조의 힘으로 흡수통일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북한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북한 당국이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어, 지금 가장 비정상적인 것은 불통과 한반도의 냉전을 지속시키는 고통과 아픔의 비정상에서 정상화하는 것이 2014년 박 대통령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이 말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DMZ 평화공원은 남북이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이고 이걸 경제적으로 풀어나가면 남북 간의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며 “6·15나 10·4 남북공동선언 등 남북 간 정상들이 합의한 것을 다시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표명과 함께 그것을 실무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실무회담을 제의하는 게 지금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