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는 사실 착실하게 진행되어 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철도청을 공사화가 거론되었을 때 이를 ‘민영화의 전초단계’라는 반발이 나왔지만 결국 노무현 정부 때 공사화가 이루어졌다. 그 다음단계는 자회사 분리다. 이는 오랜 반발 끝에 결국 박근혜 정부 1년 차 때 수서발 KTX이 면허를 발급하면서 이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민영화는 아니”라고 수차례 말해왔지만 사실 지금까지 이른바 ‘철도개혁’은 오롯이 민영화를 향해 있었다는 평가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대통령인 만큼, 이 정권 들어 민영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말을 믿고 싶지만 차기 정부에서 이를 추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 코레일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했을 때, 일부 언론은 이를 근거로 철도노조의 파업을 비방해왔다. ‘왜 믿지 못하냐’는 주장도 나왔다. “민영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괴담” 취급 해 온 것이 이들 언론, 조선·중앙·동아일보다.

그런데, 철도노조가 복귀를 결정한 뒤인 31일자 보도에서 이들 언론들은 다시 ‘민영화’를 꺼냈다. ‘왜 민영화가 안 되냐’는 주장이다. 국회의 민영화 방지법 논의에 대해서도 차단에 나섰다. “민영화는 가장 효율적인 경쟁체제”라는 말도 나왔다. 이미 수서발 KTX의 면허는 발급됐다. 이제 남은 것은 민영화고 언론이 제일 먼저 움직였다.

   
▲ 조선일보 12월 31일자. 1면.
 
31일자 조선일보 1면 <철도 파업, 상처만 남긴 22일> 기사에는 철도파업의 종료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개혁이 첫 고비를 넘었다”면서 “다만 정부가 파업 해결 과정에서 ‘민영화는 절대 않겠다’고 여러차례 약속하면서 박근혜 정부 임기 중 철도 민영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뉘앙스가 애매하다.

   
▲ 조선일보 12월 31일자. 31면.
 
조선일보의 속내는 사설에 나온다. 조선일보는 <철도 파업 종결, 이제 ‘민영화 거부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서 “정부가 철도노조에 ‘민영화는 안한다’는 약속을 거듭하면서 국민에게 민영화는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 것은 큰 문제”라며 “민주당 정권 당시 민영화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민영화된 회사 노조들 가운데 다시 공기업으로 되돌려 달라는 곳도 없다”고 민영화를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민영화는 부작용과 충격을 줄여가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지 부작용이 무섭다고 애당초 포기하고 말 정책이 아니”라며 “민영화로 인해 기업에 특혜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면 과다 이익을 회수하거나 독점을 규제하는 장치를 도입할 수도 있다. 민영화의 ‘민’자만 내세워도 무슨 엄청난 비리가 있고 특정 소수에게 특혜가 돌아가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민영화 마녀사냥’에 국민이 더 이상 현혹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12월 31일자. 30면.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사설 <철도 개혁, 지금부터다>에서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민영화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영화 포기 약속은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공공기관 정상화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다른 공기업들이 철도파업의 법적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에서 “어떤 경우에도 민영화 방지 법안을 만든다든가, 불법 파업 주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징계 면제를 코레일과 정부에 압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철도 전력 등 망 공기업은 민영화의 득실을 따지기 어려워 나라별, 시기별로 선택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12월 31일자. 31면.
 
과연 그럴까? 민영화는 ‘실패한 사례가 없는(조선)’,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 수단(중앙)’일까? 그렇지 않다. KT&G나 두산중공업의 경우와 국가기간망 공기업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불성설이다. ‘망 공기업’의 민영화 사례인 KT 민영화 이후를 보면 민영화의 효과는 단숨에 드러난다. 한국의 이동통신비는 OECD에서 최고로 비싼 수준이기 때문이다.

오건호 글로벌정경연구소 연구위원은 “담배인삼공사의 경우 독점·특화 기업이고 그 가격은 담배세를 통해 관리되는 것이기 때문에 담배인삼공사든 KT&G든 실패할 경우는 없었다”며 “반면 KT의 경우 민간주식회사가 되면서 그들끼리(이동통신사)의 담합 요금과 불투명한 과도 경쟁으로 인해 이동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이나 접근성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오 위원은 “KT 성공은 과잉경쟁과 수익추구로 가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만약 KT가 공기업이었다면 수익 추구보다는 공공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는 조정자·견제자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은 “때문에 KT는 성공사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위원은 “민영화 하다가 중간에 머문 발전 자회사 5개는 정부나 관변학자도 실패사례로 얘기하고 있다”며 “그 외 두산중공업 등은 중간재인 반면 철도·가스·통신·물 등은 직접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이런 공공서비스 기관들이 민간 기업으로 가면 수익을 국민 각자의 비용으로 부담해야 하는 약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언론들은 민영화를 종교처럼 받들고 있다. 물론 이들 언론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 이들 언론들은 예전부터 철도 민영화가 ‘경쟁체제 도입’이라며 옹호해왔다. 이들의 이번 보도는 다시 민영화에 대한 추동을 지속할 것이란 선언으로 읽혀진다. 철도노조 파업은 끝났지만 ‘민영화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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