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뉴스 전문 TV채널인 프랑스24TV(France24TV)이 "(삼성) 산업재해를 둘러싼 질병들에 대한 한국 언론 보도를 접하기는 힘든 편"이라며 "삼성은 이들의 주요 광고주이고 삼성의 영향력은 정치와 언론 등 국가 전체에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24TV는 지난 11일 7분 15초 분량의 '산업재해, 메이드인 삼성?(Des maladies professionnelles "made in Samsung"?)' 리포트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 일하다 질병을 얻은 피해자들에 대해 보도하며 "외국언론이 삼성을 취재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언론들이 삼성에 부정적인 보도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마리린톤(Marie LINTON), 김유리, 기욤 브레시옹(Guillaume BRESSION) 등 프랑스24TV 취재진은 직접 한국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 일하다 질병을 얻은 피해자들과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등을 만나 삼성전자 직업병에 대해 취재했다.

   
▲ 프랑스24TV에서 지난 11일 방송한 '산업재해, 메이드인 삼성?' 방송 화면 갈무리
 
프랑스24TV는 "사망자를 포함한 삼성 전직 노동자 10여명이 반도체 분야 2인자이자 스마트폰 선두주자인 대한민국 거대 기업 삼성을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며 한혜경(35)씨, 황상기(58)씨 사례를 보도했다. 혜경씨는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렸고, 황씨의 딸 유미씨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2007년 사망했다.

황씨는 지난 2011년 서울행정법원에서 산재를 인정 받았는데 프랑스24TV는 이를 두고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이 노력해 얻어낸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프랑스24TV는 "거대 기업 삼성을 상태로 투쟁 중인 이 검소한 택시 기사 이야기는 한국인 영화 감독에게 감명을 주었다"며 <또 하나의 약속> 김태윤 감독도 인터뷰 했다.

<또 하나의 약속>은 딸의 죽음을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삼성과 싸우는 황상기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오는 2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24TV는 삼성의 언론대응을 비판하기도 헸다. 마리린톤 프랑스24TV 기자는 스튜디오와의 대화에서 "상당히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며 "삼성은 녹화 인터뷰를 거절하면서도 우리 보도팀이 삼성 본사 앞 시위현장을 촬영하려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자 재빨리 삼성 건강 관련 연구팀 교수 등 6명으로 구성된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마리린톤 기자는 이어 "삼성이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미디어들이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는지 (삼성이) 통제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더구나 삼성은 자기들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인용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고 말했다.

   
▲ 프랑스24TV에서 지난 11일 방송한 '산업재해, 메이드인 삼성?' 방송 화면 갈무리
 
실제 프랑스24TV는 리포트 마지막에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3년 간 진행한 연구와 환경 및 건강과 관련한 국제 자문기구인Environ이 진행한 조사를 포함한 독립된 연구들은 노동자들의 질병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도 찾지 못했다"는 삼성의 보도자료를 방송했다.

프랑스24TV는 CNN과 BBC World 그리고 알 자지라에 경쟁할 수 있는 프랑스 뉴스 채널을 만들겠다는 쟈크 시라크(Jacques Chirac) 당시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2006년에 공식적으로 개국했다.

김유리 프랑스24TV PD도 3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해서 “삼성에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내고 삼성전자 홍보팀과 전화도 했는데 담당자가 휴가를 가거나 출장중이라서 인터뷰가 불가능 하다고 했다”며 “그런데 삼성본관 앞 시위를 촬영한 날, 삼성에서 기자한테 연락이 왔다. 기흥공장을 보여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카메라 반입은 되지 않아 취재진이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김PD는 밝혔다.

이어 김PD는 한국언론이 왜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가에 대해 기자에게 물으며 “삼성 산업재해 관련 KBS다큐를 봤는데 평일 저녁 11시경에 하는 것이었다”며 “뉴스에서도 관련 내용을 보지 못했다. (이러면) 볼 만한 사람들이 못 본다”고 꼬집었다.

번역 – 김푸른솔, 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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