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2013년의 수많은 언론보도 중에 가장 ‘논란이 됐던’ 보도 10가지를 꼽아봤다. ‘10대 논란 보도’를 꼽기 위해 올해 언론보도를 쭉 살펴보니 유난히 TV조선과 채널A 등 종편의 활약(?)이 돋보였다. 반면 지상파 3사는 활약이 저조했다. 지상파3사가 논란이 되지 않은, 공정한 보도를 많이 했다는 뜻이 아니다. 논란조차 일으키지 못했다는 뜻이다.

▷ 올해의 ‘왜곡보도’상.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33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앞두고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새터민들의 입을 빌려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고,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북한 게릴라” “5.18 자체가 김정일이 김일성에게 드리는 선물” “광주폭동이 이렇게 들통 나면 전라도 사람들은 유공자 대우를 못 받는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에 새터민의 증언 외의 근거는 없었고, 반론도 없었다.

이후 TV조선과 채널A는 역풍을 맞았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민주화운동에 대해 몇몇 확인되지 않은 새터민의 주장에만 근거해 ‘음모론’ 수준의 이야기를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채널A는 사과방송을 하고 TV조선은 뉴스를 통해 자신들이 보도한 내용을 전부 뒤집으며 ‘진실 왜곡 루머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한다’고 자아비판을 했다. 하지만 이들 방송은 ‘관계자 및 징계’ ‘경고’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 5월 13일 방송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갈무리.
 
▷ 올해의 ‘입방정’상. 채널A가 7월 7일 아시아나항공의 착륙사고를 전하며 “사망자 모두 중국인. 우리 입장에서 다행”이라고 말해 뭇매를 맞았다. 채널A는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러한 사실이 중국 언론에 보도되며 파장은 커졌고, 급기야 외교부가 나서 “중국 국민들이 사과를 받아 달라”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로부터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도 받았다.

▷ 올해의 ‘솔직 발언’상. 한국일보 기자들이 사주와 편집권을 두고 다투던 와중에 강병태 한국일보 주필이 ‘신문의 자유는 발행인의 자유’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강 주필은 7월 30일에 쓴 칼럼에서 한국일보 사태를 언급하며 “발행인의 의견과 주장을 담은 신문으로 시장에서 경쟁, 사회적 영향력과 상업적 이익을 얻는 것이 신문의 자유의 본질”이라며 기자들은 편집권에 간섭할 수 없으며 편집국 인사가 쟁의대상이 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기자들과 언론학자들은 이 솔직한 발언에 반발했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발행인 마음대로 편집권을 행사한 이후 ‘발행인의 자유’라고 말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일보 사태는 회장이 편집권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로 ‘발행인의 자유’와도 거리가 멀었다.

   
▲ 7월 30일 한국일보 강병태 칼럼
 
▷ 올해의 ‘난감한 보도’상. 한국일보가 8월 30일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의 현장 녹취록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한국일보는 국정원이 작성했다는 녹취록 일부를 정리해 올렸고, 이후 지면에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한국일보의 녹취록 공개를 둘러싸고 한쪽에서는 “진보당은 아니라고 하는데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이렇게 공개해도 되냐”고 비판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녹취록을 입수했으면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한국기자협회는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한 한국일보 기자들에게 ‘이달의 기자상’을 수여했다. 하지만 이후 이 녹취록에 270여개의 오류가 발견되면서 다소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국정원이 일부 짜깁기한 녹취록을 그대로 공개한 보도에 상까지 수여한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 올해의 ‘유체이탈’상. 검찰이 국정원 사건을 수사 중이던 9월 초, 조선일보가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제기해 파장이 일었다. 조선일보는 9월 6일 1-2면에 걸쳐 “채동욱 검찰총장이 10년 간 한 여성과 혼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은 사실을 숨겨왔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어 채모군의 개인정보까지 근거로 제시했다. KBS는 추가취재도 없이 TV조선의 채동욱 보도를 그대로 인용해 내보냈다가 KBS기자들의 엄청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이후 채동욱 전 총장과 조선일보 사이의 진실공방으로 이어졌고, 청와대가 개입해 채 총장을 찍어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채동욱 총장은 결국 스스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신상정보를 누군가 불법적으로 유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선일보는 ‘배후를 밝히라’고 종용하고 나섰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채모군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고 ‘단독보도’를 한 것일까, 그리고 조선일보의 배후는 없는 걸까. 조선일보의 보도가 ‘유체이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올해의 ‘1인칭’상. 최영해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쓴 칼럼 <채동욱 아버지 전상서>는 외부는 물론 동아일보 내부에서도 비난을 받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최 논설위원은 이 칼럼에서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인양 1인칭 시점으로 “진짜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될 거예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뇨?” “아버지가 검사 중에서도 최고 짱이 됐잖아요” “피검사하자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등의 명언(?)을 남겼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이고 유치한 방식으로 쓴 이 글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심지어 동아일보 기자들도 “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 9월 17일 동아일보 칼럼
 
▷ 올해의 ‘종북몰이’상. 통합진보당 사건 이후 몇몇 언론은 여기저기에 ‘통합진보당’ 딱지를 붙이곤 했다. 그 과정에서 왜곡과 과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시스의 10월 6일 ‘진보당원 구덩이 목줄’ 보도였다.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구덩이를 파고 또 목줄을 걸어놓았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만 보면 밀양 주민들을 통합진보당과 엮으며 외부세력이 끼어들어 극렬투쟁을 부추긴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의 취재 결과 구덩이와 목줄은 진보당원이 아닌 주민들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기사 : <밀양 ‘진보당원 구덩이 목줄’ 뉴시스·조선 왜곡보도 논란>)

▷ 올해의 ‘찬양보도’상.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유럽을 순방 다닐 때 언론의 주옥같은 찬양보도들이 쏟아졌다. 그 중 압권은 피용익 이데일리 기자의 <박대통령, 버킹엄 궁 들어서자 비 그치고 햇빛 쨍쨍>이었다. 이데일리는 “5일 아침부터 비를 퍼붓던 런던의 하늘은 (박대통령) 환영식이 시작될 즈음부터 개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을 태운 왕실마차가 버킹엄 궁에 들어설 때는 햇빛이 쨍쨍 비췄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을 반인반신으로 만든 이데일리의 이 보도는 찬양보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11월 5일 이데일리 뉴스 갈무리
 
▷ 올해의 ‘디테일’상. MBC가 지난 18일 뉴스데스크 <김정은, 눈썹 왜 밀었나…이미지 정치?>에서 “김정은의 모습에 이상한 점이 보였다. 짧아지고, 색깔도 짙어진 눈썹”이라며 “유일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이미지 정치”라고 전해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샀다. 이제 하다하다 김정은 눈썹 민 것까지 알아야하냐는 허탈감에서 나온 비웃음이었다. ‘겟 잇 뷰티’를 연상케 하는 MBC 보도에서 다른 이슈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북한 관련 뉴스만 나오면 ‘디테일’한 심층 분석을 하는 언론의 현실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 올해의 ‘악질 비유’상. TV조선이 파업 중인 철도노동자들을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에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27일 TV조선 ‘뉴스특보 이봉규의 순간포착’은 철도노조 파업에 관한 키워드로 ‘황소개구리’를 선정하며 철로 건너편에서 피켓을 든 철도노동자를 일컬어 “여기 황소개구리 두 마리가, 두 분이 철로를 유유히 넘어 오시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가 7보 1배를 하는 사진을 보고는 “이 분들 개구리 모양으로 하셨네, 포즈가 비슷해”라고 조롱했다. 이 뉴스가 나가는 동안 ‘본 코너는 풍자코너로 TV조선 취지와는 다르다’는 자막을 내보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풍자의 도를 넘어섰다고 비난했다. 이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쏟아내는 TV조선이야말로 미디어 생태계의 ‘황소개구리’로 보인다.

아쉽게 ‘TOP10’에서 탈락한 뉴스들은?
MBC의 알통리포트‧TV조선의 진압생중계 등…자극적이고 단편적인 뉴스 넘쳐나

미디어오늘은 ‘논란 보도 10가지’를 선정하며 매우 애를 먹었다. 이 외에도 쟁쟁한 후보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후보 셋을 소개한다.

아 쉽게 탈락한 첫 번째 후보는 MBC의 ‘알통 크면 보수’ 보도다. MBC는 2월 18일 이코노미스트에 소개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알통이 굵으면 보수’라고 보도했다. 인과관계를 명확히 언급하진 않았지만, <보수·진보 체질 따로 있나?>라는 리포트 제목과 ‘알통 크면 보수?’라는 어깨 제목을 통해 시청자들이 ‘알통이 굵은 남성은 보수, 알통이 가는 남성은 진보’라는 구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보도는 방통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주의’를 받았다.

한 누리꾼은 ‘알통 리포트’를 ‘비오는 날엔 소시지빵’ ‘김정은 눈썹 왜 밀었나’와 함께 2013년 MBC 3대 뉴스로 꼽기도 했다. MBC는 10월 8일 저녁뉴스와 9일 아침뉴스를 통해 ‘비오는 날에는 소시지빵, 햇빛이 짱짱한 날엔 샌드위치가 많이 팔린다’는 소식을 전했다. MBC는 이외에도 얼마나 더운지 보여주기 위해 아스팔트에 베이컨을 굽는 가하면 멧돼지·송아지·꽃게·코끼리 등 동물 뉴스를 많이 전하며 ‘인간사회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올 한 해 MBC 3대뉴스' 갈무리
 

두 번째 후보는 성재기 ‘자살’ 보도이다. 지난 7월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자살을 예고하는 글을 올리고, 실제로 한강으로 투신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 있었다. 당시 많은 언론들은 성재기의 자살 예고를 뉴스로 전했다. 특히 KBS는 성 대표의 투신계획과 장소를 확인하고 현장으로 뛰어가 자살 장면을 촬영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촛불집회’ ‘국정원 사건’ 등은 제대로 보도도 안하면서 자극적인 사건만 열심히 취재한다는 비판이었다.

세 번째 후보는 TV조선의 철도노조 조합원 체포작전 생중계다. 경찰은 지난 22일 파업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한다며 민주노총에 들이닥쳐 130여명을 연행했다. TV조선은 심각한 충돌을 전하며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중계를 이어가고, 경찰 편에 서서 막말을 쏟아내 빈축을 샀다. (경찰이 건물에 진입하자) “야~이게 공권력이죠” “공권력 행사에 어쩔 수 없이 나오는 피해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한다” “용산처럼 속전속결로 끝내야” “(경찰이 주춤하자)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 공권력이 무력하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RPG 게임 공략이냐.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 “저들 눈에는 오늘 일이 ‘GTA 민주노총’ 정도로 보이나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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