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이 지난 성탄 메시지에 이어 오는 2014년 갑오년(甲午年) 신년사를 통해서도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부정·부패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동일 총회장은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도행역시(倒行逆施,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는 뜻)를 소개하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혼돈과 무질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 사회 속에서 자행된 온갖 부정과 부패에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면서 “‘도리’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거스르고, 옳은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억압받는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 총회장은 최근 종교계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까지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른 것에 대해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 여부가 심각하게 도전을 받고 있고,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소통 없는 정부는 의혹과 불신을 더욱 키웠다”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원인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총회장은 “지도자 한 사람이 바르게 서지 않았을 때 그 사회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참으로 걱정스럽다”며 “지도자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바르게 일깨워 주지 않으면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지도자는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 박동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박 총회장은 사상 최악의 파국 사태를 맞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과 민주노총 침탈 사태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국민 행복 시대를 열어가겠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들이 하나둘 파기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고자 했는지, 과연 준비가 된 대통령이었는지를 묻고 싶다”고 질책했다.

앞서 박 총회장은 성탄 메시지에서도 “현 정권에 이르러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동자 수천 명을 직위해제하고 서민들이 서로 ‘안녕들 하십니까?’하고 생존의 안부를 묻는 시대가 돼가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권은 선거과정에도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을 뿐 아니라 취임 이후 선거공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국민을 더욱 절망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이 같은 내용의 신년사를 내년 1월 2일 예정된 신년하례회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2014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신년사 전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새로워지는 교회”
[미가 7장 9절 ; 요한1서 1장 5~7절 ; 요한복음 8장 12절]

할렐루야!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생명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온 교회와 믿음의 교우들께 문안드리며, 올해도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은총과 평강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지난 2013년을 마무리하면서,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도행역시(倒行逆施)’였습니다. 이것은 중국의 ‘사기’에 등장하는 구절로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지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혼돈과 무질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속에서 자행되는 온갖 부정과 부패는 이제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도리’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것을 거스르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옳은 것을 이야기하고 ‘도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억압받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 여부가 심각하게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소통없는 정부는 의혹과 불신을 더욱 키웠으며, 언론을 장악하여 올바른 정보를 차단하고, 거짓으로 은폐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교단을 비롯한 이 땅의 종교계뿐만 아니라 양심적인 시민 단체 모두가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원인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있습니다.

국민 행복 시대를 열어가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들이 하나 둘 파기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고자 했는지, 과연 준비가 된 대통령이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민과의 소통이 절실하게 필요한 현실입니다. 지도자 한 사람이 바르게 서지 않았을 때, 그 사회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지도자가 올바른 길로 가지 않고 있을 때, 그를 선택한 국민들은 더욱 각성해야 합니다. 지도자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라 비판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바르게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지도자는 역사의 심판을 받습니다. 지도자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희망은 절망을 딛고 일어설 때 아름답습니다. 비록 2013년이 절망 가운데 마무리 되었지만 우리가 새롭게 맞이하는 2014년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꿈꾸고 소망해야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교회가 사회 속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를 묻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제98회 총회의 주제를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새로워지는 교회”로 정하고, 올 한 해 동안 교단에 속한 모든 교회가 그 주제에 부끄럽지 않은 교회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교회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회가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새로워져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삶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살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사회는 변화될 것입니다. 비록 더디고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가장 확실한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는 결국 커다란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우리 교단은 먼저 우리의 과거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고, 미래의 모습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7-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역사의 화살촉으로 역사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과거의 자랑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도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도우심과 역사하심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새로워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변화시켜주시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며,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다양한 선교 영역이 있음을 직시하고, 기장인의 정의, 평화, 생명을 향한 선교 열정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갑시다.

2014년을 마무리하는 그날, 우리는 달려갈 길을 달렸으며, 항상 우리의 달음박질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동행하셨다는 신앙고백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를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일꾼으로 부르셔서 교회를 새롭게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역사와 민족을 주관하시는 주님의 부르심에 아멘으로 응답하고 힘차게 정진해 나아가는 2014년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2014년 1월 1일 새해 아침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박동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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