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50기 기자들이 최근 경찰의 경향신문 사옥 강제 진입에 대한 사측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내용의 ‘안녕들 하십니까’ 형태의 대자보를 사내 6층 엘리베이터 앞에 부착했다. 이들은 26일 오전 관련 대자보를 부착했다가 27일 자진철거 한 것으로 알려졌다.

50기 기자들은 최근 수습이 끝난 51기 바로 윗 기수의 젊은 기자들이다. 이들은 대자보를 통해 “22일부터 오늘(26일)까지 많은 사람들이 안녕을 물었다”며 “안녕하지 않았다. 회사 정문과 쪽문이 부서졌는데 어떻게 안녕할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우리를 안녕하지 못하게 했던 것은 부서진 정문이 아니라, 부서진 문을 바라보는 경향신문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의 강제진입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면 경찰의 진입을 막지 못한 것인지 막지 않은 것인지 여쭤본다”며 “편집국 문을 닫고 경찰 관계자에게 항의 전화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 어쭤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50기 기자들은 “부당한 강제진압과 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수색이 사옥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내부적으로 어떤 대책을 세웠는지 궁금하다”며 “지면도 아쉽다.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 사건을 ‘노-정 파국’으로 규정하는데 지면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사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경향신문의 입장은 1면이 아닌 2면 하단에 실렸다”며 “‘강력히 항의한다’는 입장을 담기에 기사의 비중은 작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자체의 중요성과 비중에 관한 판단의 실수라기보다는 ‘판단의 유보’였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이 경향신문 건물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과 대응에 대한 회사의 설명과 지면구성에 대한 논의 과정을 들을 수 있는 간담회를 요청한다”고 마무리했다.

   
▲ 지난 22일 경향신문사 사옥에 강제진입한 경찰. 사진=이하늬 기자
 
경향신문 내부에서는 이처럼 이번 경찰의 사옥 강제진입에 대해 사측의 대응이 ‘미온적이다’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에서는 강제진입 다음날 23일 지면에 ‘유감’을 표명한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또 다른 입장에서는 경향신문이 당사자 입장이다 보니 보다 건조하게 대응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도 있다.

경향신문 노조 측에 따르면 이번 사태에 대한 회사의 대응에 대해 편집국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반면, 연차가 있는 기자들은 큰 문제가 없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해 온도차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경향신문에서는 50기 외에 다른 기수가 대자보를 붙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논란은 좀처럼 사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권력에 의한 언론사 사옥 침탈이 희귀한 일에다 사측의 대응이 아직까지 정홍원 국무총리에 항의 공문을 보내고 유감 표명을 듣는 정도로 ‘거세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들은 “어쨌든 이번 사태에 대해 구성원들이 크게 분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이중근 경영전략실장은 "지금은 통화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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