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이 철도민영화에 반대하고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송경동 시인과 정지영 영화감독, 박재동 만화가 등 문화예술인들과 문화연대, 문화다양성포럼, 한국작가회의 등 27개 문화예술단체 회원들은 2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사 앞에서 연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애초 부여한 공공적 역할을 부정하고 소수 자본의 이해만을 위한 사영화로 나선다면 더더욱 이 정부는 우리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라면서 “국민의 이름으로 이 정부에 위임했던 국민의 권력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철도노조 파업의 당위성에 대해 “국민 혈세를 통해 조성하고 공공적으로 운영해야 할 철도를 사영화하려는 반사회적 정부의 폭거에 맞선 철도노조원들의 파업은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역사적으로 정당하다”며 “‘자회사 분할->매각->민영화’의 완성은 전 세계적으로 소수 자본의 마름이 된 정권들이 국민의 반대를 피해 민영화를 감행하는 단계별 방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민영화에 반대하고 민주노총 건물 침탈 사태를 규탄하는 문화예술인들이 2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사 앞에서 비상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그러면서 이들은 “민주노총 본부 침탈은 한국사회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주체인 시민사회에 대한 침탈”이라며 “정부는 관련 책임자 처벌과 함께 철도파업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노사정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민영화 저지 사회적 입법을 위한 원탁회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가기관의 총체적인 부정선거와 관련해서도 “공정성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며 정치에 관여해서는 절대 안 되는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을 통해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어떤 헌법적 정통성도 상실한 국적불명의 정부”라며 “총체적인 국정파탄과 불안에 그간 무한 인내하며 박근혜 정부가 합당한 책임을 지는 과정을 밟기를 기다렸지만, 오늘 그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지영 영화감독은 “박근혜 정부가 철도파업을 탄압하는 것은 오직 자기들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는 자기들 편에 서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탄압하고 자기들 편에 선 입장이라면 어떤 불법 행위도 용납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상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은 청와대까지 행진해 철도파업 등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달했다.

다음은 문화예술인 긴급 비상시국선언 전문이다.

이것은 정부가 아니다

우리는 이것이 정부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성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며, 국내 문제는 물론 정치에 관여해서는 절대 안되는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을 통해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어떤 헌법적 정통성도 상실한 국적불명의 정부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총체적인 국정파탄과 불안에 대해 우리는 그간 무한 인내를 하며 박근혜 정부가 합당한 책임을 지는 과정을 밟기를 기다려 왔지만, 오늘 우리는 그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확인하며, 결국 주권자인 국민 스스로가 나서서 이 사태를 바로잡아야 함을 인식한다.

우리는 이것이 공화국 정부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화국의 주체는 시민이고 공화국의 목표는 공공성의 확대요 확장이다. 국민 혈세를 통해 조성하고, 공공적으로 운영해야 할 철도를 사영화하려는 반사회적 정부의 폭거에 맞선 철도노조원들의 파업은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역사적으로, 정당하다. 우리 사회와 국민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넘어 사회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선 철도노동자들에게 오히려 경의를 표하고 있다. “자회사 분할→매각→민영화 완성”은 전 세계적으로 소수 자본의 마름이 된 정권들이 국민의 반대를 피하여 민영화를 감행하는 단계별 방안일 뿐이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왜 국민적 토론과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는 당연한 요청과, ‘민영화 저지 입법화’를 거부하는가. 정부는 오히려 공공연히 ‘공기업이 운영하기가 부적합한 경우는 민간이 들어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철도를 넘어, 이미 진행되고 있거나 시작된 발전, 전기, 의료, 가스, 수도 등 모든 공공부문에 대한 전면적인 사영화를 하기 위한 공화국을 부정하는 반사회적 시도임을 알기에 전체 사회의 안녕과 미래를 위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한다. 이렇듯 정부가 애초 부여한 공공적 역할을 부정하고 소수 자본의 이해만을 위한 사영화로 나선다면 더더욱 이 정부는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의 정부가 아니므로, 어쩔 수 없이 국민의 이름으로 이 정부에 위임되었던 국민의 권력을 회수하고, 내쫒을 수밖에 없음을 확인한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부정선거와 그에 대한 책임이 없음으로 정부가 아니다. 공공철도와 의료 등에 대한 사악한 민영화 시도로 박근혜 정부는 대선 당시 약속했던 최소 ‘경제민주화’와 ‘복지사회’를 정반대로 짓밟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기에 이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과 노동기본권을 짓밟고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을 법외로 내몰려하고 18년 만에, 이 사회의 또 다른 민간정부인 1700만 노동자 가족들의 대표체 민주노총 본부를 강제 침탈한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국제평화도시 강정에 다국적 군사기지가 될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밀양에서 핵마피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덤구덩이를 파고, 농약을 들이마시는 늙은 농부들을 공권력으로 탄압하는 이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평화적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무시하고, 걸핏하면 종북몰이를 통해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하는 이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쌍용자동차, 삼성전자서비스, 콜트콜텍, 유성기업, 코오롱, 세종호텔, 중대청소용역 등 수많은 해고노동자들과 비정규직들의 고통과 호소를 부정하고, 무시와 탄압의 확대뿐인 이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정부는 어떠해야 하는가. 우리는 오늘부터 그 새로운 모습을 우리가 가진 수많은 문화예술적 도구를 통해 표현해 나가려 한다. 사태의 진전이 없을 경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임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사회적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이 정부의 해괴한 맨 얼굴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하려 한다. 문화예술은 언제나 사회의 눈이며, 입이며, 귀며, 손이며, 명료한 정신이기를 거부하지 않아 왔다. 박근혜 정부에 마지막 경고를 보내며 문화예술계 역시 이제 그 모든 귀와 눈과 입과 손을 열어 이 사회의 공공성을 지켜나갈 것을 결의하며, 우리의 요구를 전달한다.

[우리의 요구]

하나, 철도파업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노사정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민영화저지 사회적 입법’을 위한 원탁회에 나서라.

하나, 민주노총 본부 침탈은 한국사회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주체인 시민사회에 대한 침탈에 다름아니다. 관련 책임자들을 처벌하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부정선거 및 총체적인 사회불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2013년 12월 27일
참여 문화예술계(인) 일동

【주요 참석자-무순】 염무웅(문학평론가), 정지영(영화감독), 신학철(화가. 전 민예총이사장), 이시영(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박재동(만화가), 오태영(연극인), 이시백(소설가), 송경동(시인), 양기환(문화다양성포럼 대표), 임정희(문화연대 공동대표), 이원재(문화연대 사무처장), 전미영(조각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사무총장), 하지숙(서울 민예총 사무처장), 양지안(동화작가), 임창재(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노순택 외 (사진가), 맹복학(영화인), 오성화(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정문식(뮤지션유니온 위원장), 이영광(시인) 등

【참가 단체】다큐이야기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모임 / 리슨투더시티 / 문화로놀이짱 / 문화다양성포럼/ 문화연대 / 뮤지션유니온 / 미술생산자모임 / 서울LGBT영화제 / 서울독립영화제 / 서울변방연극제 / 서울영상집단 / 서울프린지네트워크 / 스크린쿼터문화연대 /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 예술인소셜유니온(준) / 우리만화연대 / 인디다큐페스티발 / 인디포럼 / 일상예술창작센터 / 자립음악생산조합 / 전국시사만화협회 /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가모임 / 푸른영상 / (사)한국독립영화협회 / 한국작가회의 /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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