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민영화 저지라는 파업명분도 종교계가 우리사회의 양심의 보루역으로 나서야 하는 사안인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은신처로 조계사를 택한 철도노조의 전략을 뜯어보면 민영화의 폐해를 내세우는 파업명분보다는 이번 사태의 전체적 그림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보도가 아니라 25일 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에 대한 연합뉴스의 시론이다. 연합뉴스는 그동안 정권에 편중된 보도를 한다며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 받아왔는데, 문제는 족벌형태의 다른 언론들과 달리 연합뉴스는 적지 않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기간통신사라는 것이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주최한 ‘연합뉴스 국가기간통신사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는 이어지는 공정성 시비 속에서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짚어보고 어떠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한지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배 의원은 얼마 전 연합뉴스의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의 이사 구조를 개편하는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초점은 역시 독립성과 보도 공정성에 맞춰졌다. 발제자인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뉴스통신진흥회는 실질적으로 범정부 측으로 이사 구성이 편중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의 균형적 구성은 연합뉴스의 독립성 확보의 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정부 여당 편중을 희석하여 균형감을 제고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현행 7명인 이사의 수를 포함한 이사 선임에 대한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이 연합뉴스의 보도에 대한 불공정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는데 이제는 뉴스Y의 불공정보도 역시 함께 거론되어 최대주주인 연합뉴스의 위상에 더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토론 마지막에 “국가기간이 아니라 정부기간, 권력기간으로 가는 것 아닌가”라며 “이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최고 과제가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금 철도가 아니라 국가기간통신사를 민영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합뉴스 국가기간통신사로 가는 길' 토론회. 사진=배재정 의원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공정성 논란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연합뉴스의 존재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가기간 통신사가 짧은 실험으로 끝났다는 생각도 든다”며 “이런 연합뉴스를 세금으로 유지할 이유가 있을까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종편이야 정권이 바뀌면 생사여탈권이 바뀐니 그런다고 이해한다 해도 연합뉴스는 출범이 여야 합의로 이루어졌다”며 “이사 몇몇을 바꾸는 것 만으로 공정성을 담보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합뉴스가 위기의식을 느끼려면 아예 뉴스통신진흥법을 폐지한다고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송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은 연합뉴스가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연합뉴스가 포털에 뉴스를 제공함으로서 이제 시민들 중에 연합뉴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타 미디어 특히 신문과 상생하지 못하고 계약해지 등의 갈등이 이어진다면 한국 언론 전반의 악화와 연합뉴스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장은 “왜 매년 300억이 넘는 세금을 1개 특정 언론사에 지원하는 뉴스통신진흥법이 필요한지 연합뉴스는 제대로 된 답변과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연합뉴스 공정성 시비에 대해서도 “2009년부터 비슷한 토론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정권과 새누리당에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대로 갈거면 폐지 요구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뉴시스나 뉴스1 등에게도 기회를 준다던지 등 ‘센’ 요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배재정 민주당 의원은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연합뉴스라는 특정 언론사의 얘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뉴스통신진흥법 폐지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언론 지형을 어떻게 해야 잘 살릴 수 있을지 학계나 시민사회에서 함께 공감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유감스러운 것은 연합뉴스 사측과 노측에 참석을 요청했는데 잘 안됐다는 점”이라며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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