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민영화 반대’를 내건 철도노조의 파업이 2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3사와 보수언론, 종편이 ‘공기업 개혁’ ‘불법파업’ 등을 정부와 코레일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전달하며 철도노조를 비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활동가는 24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철도파업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아침엔 보수언론이, 점심엔 종편이, 저녁엔 지상파3사가 돌아가며 철도노조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유민지 활동가는 “철도파업을 보도하는 주요언론은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게 된 본질적인 이유를 전하지 않는다. 정부는 공기업 개혁을 하는데 철밥통들이 기득권을 위해 집단이기주의를 펴고 있는 것으로 묘사 한다”며 “이로 인한 시민불편과 업계피해 등을 강조하며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조성에만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유민지 활동가가 파업 하루 전인 8일부터 17일까지 지상파 방송3사를 분석한 결과 KBS는 25건, MBC는 21건, SBS는 24건의 보도를 했는데, 그 중 파업에 대한 피해와 시민불편 등을 전하는 기사가 61%를 차지했고 민영화 논란은 방송사별로 2~3건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한 방송3사는 열흘간 총 138건의 인터뷰와 발언을 내보냈는데, 노조의 입장을 전달하는 인터뷰는 30건(22%)인데 반해 정부와 사측의 입장, 불편함을 토로하는 시민 인터뷰는 3배가 넘는 104건(75%)에 달했다.

   
▲ 12월 8일-17일 방송3사 철도파업 관련 보도 현황.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토론회 자료집
 
유민지 활동가는 ‘불법파업’론을 언론이 정부와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사례로 들었다. 정부와 사측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파업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자회사 분리로 근로조건에 변동가능성이 있으니 파업 이유가 된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방송3사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도 사설을 통해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KTX 자회사 안이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대변하며 노조의 파업을 기득권의 저항, 떼법 투쟁으로 규정했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노조의 행태를 바꾸게 될 것”이라며 노조를 적으로 돌리는 태도까지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당한 노사협상의 수단이라면 시민들의 불편과 국가적인 손실도 감당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 철도 파업은 불법이고 부당해서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민지 활동가는 “지금껏 중앙일보가 노조의 정당한 노사협상의 수단으로서의 파업을 지지한 적 있었는가. 기만적인 사설”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송호준 철도노조 정책팀장은 “파업의 불법성에 대해서 판단내릴 수 있는 사람이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고 결정내린 적 없다. 다만 정부와 철도공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며 “대법원에서 판결을 받아봐야 불법인지 합법인지 판결이 난다. 권한이 없는 정부가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고 단정 짓고, 언론은 이를 앵무새마냥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2일 경찰이 진행한 체포 작전을 보도하는 태도에서도 언론의 편향적인 관점이 드러났다. KBS는 경찰의 동선을 따라 리포트를 이어갔을 뿐 노조의 항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않았다. MBC는 경찰서까지 중계차를 연결해 연행된 노조원들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마치 대단한 범죄자가 잡힌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고 말했다.

보수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조중동은 경찰이 최루액을 쏜 사진을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시위대가 물을 뿌리며 저항하는 것을 삽화로 넣고, 물벼락 맞는 경찰 사진을 넣었다. 스크럼을 짜고 있는 노조원들의 모습을 1면에 배치했다. 중앙일보는 노조원들이 연행되는 사진을 쓰고 경찰과 노조원 간의 충돌은 보여주지 않았다.

   
▲ 12월 23일자 주요 일간지 ‘경찰 민주노총 진입’ 관련 사진.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토론회 자료집
 
TV조선은 22일 벌어진 체포 작전을 생중계하며 ‘대담’ 형식을 통해 철도파업 때리기에 나섰다. 정부의 주장과 경찰의 진압작전에 찬성하는 인사들만 출연시켜 민영화 반대 주장을 “선동과 괴담에 놀아가는 것”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건 무정부주의”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관련 기사 : <TV조선에게 경찰의 체포 작전은 ‘GTA 민주노총’?>) 유민지 활동가는 이에 대해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완전히 상실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언론이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을 ‘민영화 아니다, 왜 못 믿느냐’와 ‘정부 말 못 믿겠다’ 사이의 공방으로만 처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호준 철도노조 정책팀장은 “정부와 사측은 민영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파업하지 말라고 하는데 민영화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아니다”며 “KTX 노선을 분리해 주식회사 만드는 것 자체가 민영화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언론이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 역시 “KTX 자회사를 만든 것 자체가 민영화라는 주장이 있는데 민영화 아니라는 데 왜 못 믿느냐는 정부 주장만 전하고 있다”며 “언론이 대운하 안 한다며 대운하 추진한 MB정부의 거짓말과 불법선거 없었다고 하지만 불법선거가 증거로 입증되는 과정들을 지적하며 정부가 불신을 자초했다는 점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24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철도파업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그는 또한 언론이 이런 식의 보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대형사건이 발생하면 기자들은 일부분을 맡게 된다. 예컨대 어떤 기자에게 데스크가 파업으로 인해 철도 운행에 차질이 왔다는 리포트를 하라고 지시하면, 거부할 명분 없다”며 “데스크는 또 다른 기자에게 산업 부문에서 수송 차질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리포트를 하라고 한다. 일정 부분 사실이기에 거부할 명분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데스크가 철도노조가 왜 파업했는지에 대한 리포트는 지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기자가 부품이나 나사로 전락해 있는 현실에서는 공정보도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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