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창립 이래로 공권력의 사상 유래 없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 침탈 사태가 벌어지면서 노동계의 분노가 임계치를 넘어 실질적인 정권퇴진 투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 14일째를 맞은 지난 22일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 연행을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을 불법난입하자 민주노총은 이날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노동자를 탄압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돌입한다”며 “오는 28일에는 총파업에 돌입하고 분노한 모든 시민·학생과 함께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대규모 시국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2일 액운을 쫓는 동짓날,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으로 이뤄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노동기본권은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의해 짓밟혔고 국민의 철도를 지키자는 철도노동자들의 염원은 최루액으로 얼룩졌다”면서 “이날 경찰의 행태는 박근혜 정권이 불통과 독선을 넘어 야만과 독재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24일 논평을 통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타협 없는 원칙’을 강조하며 노동조합 총연맹의 심장부를 유린하고도 반성과 사과는커녕 ‘더 짓밟으라’고 명령하고 있다”며 “부정선거로 정권의 정통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마당에 헌법적 가치인 노동기본권과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하고도 불통과 독재로 일관하고 있으니 세간에 회자되는 ‘마리 안통하네트’라는 비아냥이 사실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철도공사가 노조탄압과 조합원 회유공작을 치밀하게 진행했고 그 내용을 청와대와 국정원에 보고까지 해 철도노조 탄압은 개인이나 일부 조직의 일탈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기획하고 지시한 폭거임이 분명해 졌다”며 “박근혜 정권이 스스로 낡은 생각과 행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바꿔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22일 오전 경찰이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 로비 유리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곧 죽어도 철도민영화를 하겠다며 노동계를 깡그리 짓밟았으면서도 이에 대한 한 치의 반성과 사과도 없는 정부와 더 이상 타협의 여지 또한 없어 정권 퇴진 요구를 내걸고 실질적인 행동에 이미 돌입했다”며 “조합원들도 민주노총 심장부가 유린당했다는 데에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 28일은 총파업 선언에 따른 노동자 총동원의 성격이며, 부정선거 규탄 시국회의와 전국의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모임 등 모든 국민이 가족과 함께 규탄대회에 나오는 100만 시민행동의 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최대 노동조합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역시 23일 긴급 회원조합대표자 회의를 열고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하며 28일 민주노총과 연대투쟁 의사를 밝혔다.

한국노총은 “백주 대낮에 한 국가의 노동조합 총연맹이 경찰들에 의해 폭력적으로 침탈당한 사태는 지난 노동운동 역사 속에서도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사태이며, 역대 어느 정권하에서도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라며 “민주노총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대해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일 때까지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비롯해 정부와의 모든 대화를 일체 중단한다”고 밝혔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대노동관이나 노동계를 대하는 태도가 물리적 힘만을 앞세워 문제를 풀려고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쌓이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공권력에 의한 노조 침탈까지 일어나니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며 “28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이 참석해 연대사를 하고 총연맹 산별 간부조직과 상근자들을 중심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또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도 전향적인 노동관이나 노동정책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노동계와 대화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타협 없이 끝까지 완전히 이성을 잃고 악화일로로 간다면 독재자로 역사에 남을 뿐만 아니라 정권 유지도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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