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찰에 의해 벌어진 경향신문 강제 진입에 대한 경향신문 구성원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24일 지면을 통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항의메일을 보낸 사실을 밝혔으며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경향신문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겠다는 의도”로 규정하며 “언론인의 자존심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24일 <경향신문, 정홍원 총리에 항의 공문> 기사에서 공문을 통해 “경찰이 사옥에 강제 진입한 것은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창간 6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아무리 체포영장을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사에 난입해 신문 제작에 차질을 빚게 하고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어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경향신문사의 회계 자료 등이 보관된 창고들까지 잠금 장치를 부수고 수색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자료들이 분실·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24일 사설 <경향신문사 난입은 반언론적 폭거다>를 통해서도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이번 반언론적 폭거가 어떻게 기획·실행됐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12월 24일자. 31면. 사설.
 
경향신문은 이어 “경찰은 노조 지도부를 체포하는 것보다는 마치 경향신문 건물을 초토화하는 것이 목표인 양 행동했다”며 “정권이 언론을 탄압하고 노동계 전체를 적대시하면 필연적으로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사실은 1996년 12월 김영삼 정권의 노동법 날치기 사건에서도 거듭 확인된다”고 경고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사태가 경찰의 자체 판단만으로 이뤄졌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수천명의 병력을 동원해 신문사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놓은 중대한 사안을 ‘윗선’의 지시 없이 경찰이 독자적으로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한 뒤 책임자는 엄중 문책할 것을 다시 한 번 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지부도 23일 저녁 성명을 통해 “경향신문 구성원들은 경찰에 막혀 현관을 두고 쪽문으로 드나들어야 했고 현관 유리문이 부서지는 치욕을 당했다”며 “버젓이 신문이 제작되고 있는 일과시간에 신문사의 심장부인 편집국 코앞까지 들이닥친 경찰이 떼 지어 경향신문사 건물을 안마당처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지부는 “정부는 민주노총이 경향신문사 건물에 입주해있기 때문에 빚어진 불가피한 진입이었다고 강변하지만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침탈과 언론사 건물 난입 이후 벌어진 광경 앞에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결사 반발은 예고된 상황이었고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하려면 경향신문 편집국을 비롯한 신문 제작 핵심 시설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경찰이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지부는 “이런데도 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진입을 시도한 것은 사실상 경향신문 사옥을 유린하고 우리를 심리적으로 위축시켜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경향신문 구성원들은 사무실 곳곳에 빼곡히 들어찬 경찰을 보며 하루 종일 가슴 졸여야 했고 건물 내부 곳곳에 심각한 누수가 발생해 정전 위험까지 제기되는 비상상황에서 가까스로 신문을 찍어내며 경찰의 군홧발에 자긍심을 짓밟힌 우리는 쏟아지는 분루를 삼켜야 했다”고 말했다.

   
▲ 22일 경찰이 철도노조 집행부의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경향신문사 사옥에 강제진입하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경향신문 지부는 “50년 전 박정희 정권 하에서 유일하게 비판적 논조를 견지했던 경향신문은 눈엣가시였고 결국 편집국에 중앙정보부 직원들이 들이닥치고 경향신문은 강제매각 돼 정수장학회의 먹잇감으로 던져졌다”며 “반세기 지난 박근혜 정권하에서 경찰은 또다시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핑계로 경향신문사 건물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녔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경향신문 노동조합은 이를 명백한 경향신문에 대한 폭거이자 대한민국 언론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심각한 사건으로 규정한다”며 “다시 한 번 이 같은 폭거가 발생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며 우리의 명예와 언론인의 자존심을 걸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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