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2일 진입한 민주노총 건물은 경향신문의 사옥이기도 하다. 경찰은 경향신문 1층 사옥의 유리문을 부수고 건물 내부로 진입했으며 신문제작이 진행 중인 경향신문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업무방해’를 했다. 경향신문 기자들도 회사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고 경향신문 사옥 전층에서는 물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당연히 반발했다. 경향신문은 23일자 2면 <경찰의 사옥 진입에 대한 경향신문의 입장> 글에서 “(경찰은) 철도노조 간부 검거를 위해 경향신문 사옥에 진입할 수 있음을 밝혀왔다”며 “이에 경향신문은 영장을 발부 받았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우려되므로 신문사 건물에 경찰이 진입하는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그러나 경찰은 경향신문의 동의 없이 기자들이 신문을 만드는 시간에 현관 유리문을 깨고 잠금장치를 부수고 최루액을 뿌리며 강제 진입해 12시간 동안 건물 내부를 장악했다”며 “이 사이 경향신문 기자들은 5중, 6중의 경찰 차단벽에 막혀 회사 출입에 제한을 받았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12월 23일자. 2면.
 
경향신문은 “경찰이 헌법에 보장한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위협하고, 언론사의 시설물을 파손한데다 신문 제작에 중대한 차질을 빚은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정부 당국의 책임있는 입장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 노조원들에 대해서도 경향신문 내 다른 공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것에 유감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사설 <철도파업 초강경 대응, 파국 자초하는가>에서도 “언론사 건물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자제해야 마땅하다”며 “신문 제작이 진행 중인 일요일 오전을 기해 언론사 사옥을 파손해 가며 공권력을 전격 투입한 것은 상식을 벗어난 폭거”라고 주장했다.

   
▲ 22일 오전 11시 30분경 민주노총 본부가 입주해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 로비 유리문을 깨고 진입하는 경찰 . 사진=이하늬 기자
 
다만 전반적으로 경향신문 대응이 너무 ‘부드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사옥의 문이 뜯기고 신문제작에 직간접적 방해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3일 발표된 경향신문의 입장이 ‘유감 표명’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내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권재현 경향신문 노조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대응이 약하다는) 그런 얘기가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며 “너무 수위가 낮고 경향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 맞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온한 것 아니냐, 좀 더 결기를 보여야 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독자들이 오늘 경향에서 어떤 지면을 만들고 평가하고 대응방안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를 갖고 신문을 펼쳤을 텐데 이에 부합하는 지면 만들었는가에 대해서 조합원들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이런 우려를 편집국장에게 전달을 했고 국장도 그런 지적을 들었다고 답했기 때문에 내일 지면은 오늘 보다 낫게 나오리라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며 “편집국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옥은) 신문사 제작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1층 현관부터 문이 박살나고 15층 까지 건물을 점령해가는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신문을 만들 수 있었겠나”라며 “경향신문이 사실상 업무방해를 받은 것이고 조합원들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어제는 하루 종일 아수라장이었다”며 “사무실 곳곳에 물이 새 물 떨어지는 것을 받아가며 사무실을 지켜낸 것”이라며 “민주노총에 들어간 것이라지만 신문제작이 이루어지는날 경찰이 그렇게 들어온 것은 단지 민주노총을 향해서만 들어갔다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성원들도 문제제기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권 위원장은 경향신문 노조 차원의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근 경향신문 전략기획실장은 “경찰에 항의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낼 것이며 피해상황을 집계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