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경찰의 민주노총 진압작전을 생중계하며 마치 스포츠중계 같은 중계를 이어가고, 편향적인 막말을 쏟아내 뭇매를 맞고 있다.

경찰이 22일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한다는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5,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유리창을 깨고 민주노총 본부에 들이닥쳤다. 그 와중에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들, 그리고 시민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져 120여명이 연행됐다. 언론은 일제히 경찰과 민주노총, 시민들 간의 충돌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TV조선은 검찰의 전두환 자택 압수수색,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 사무실 및 가택 압수수색에 이어 경찰의 철도노조 체포 작전도 생중계했다. TV조선은 <돌아온 저격수다> <뉴스5> <주말뉴스 일> 등을 통해 체포 작전을 생중계했다. 하지만 TV조선 뉴스 및 시사프로 앵커와 패널들은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하는 심각한 상황을 앞에 두고 마치 스포츠 생중계하듯 중계를 이어가 빈축을 샀다.

   
▲ 22일자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갈무리
 
SNS에서도 TV조선의 보도 행태를 두고 비난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리안(@Transb)은 “(TV조선의 생중계) 분위기가 마치 한국 축구대표팀 중계방송보다 편파적”이라며 “앵커가 광분하며 적진의 중심을 파고들어 소탕하는 전경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해설진도 적 팀의 빨간 유니폼을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딴지일보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는 TV조선은 실황을 생중계하며 공권력이 불법은 진압하는 광경을 국가대표 경기 해설하듯 응원하느라 고생이 많으셨다”고 비꼬아 말했다.

TV조선 뉴스의 앵커와 패널들은 정부와 경찰을 옹호하고 응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경찰이 건물에 진입하자) 야~이게 공권력이죠” “저런 상태에서 진압했을 때 공권력을 행사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어느 정도의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한다. 우리 사회 의식수준 개선돼야한다” “저런 작전은 우리가 용산 참사에서도 봤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냈어야 하는데…” “누군가 다치게 되면 마치 제2의 용산참사라는 사건을 만들어서 국민을 선동하려고 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경찰이 조심해야 한다. 굉장히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하지 않으면 누군가 다칠 수 있고, 사건의 본질 왜곡될 수 있다” “(경찰이 주춤하자)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 공권력이 무력하다”

경찰의 체포 작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관련 뉴스를 보도한 <주말뉴스 일>에서도 경찰의 체포 작전을 옹호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앵커는 ‘경찰, 민주노총 하루종일 진입 시도’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는 건 사법부가 그만큼 노조파업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셈인데, 철도노조 지도부가 은신해있다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있던 노조원들이 합법적인 공권력 행사를 하루 종일 막았다”고 말했고, 마무리 멘트에서는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이렇게 힘이 드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은데,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일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 22일자 TV조선 ‘주말뉴스 일’ 갈무리
 
누리꾼들은 이러한 TV조선의 보도 행태를 두고 “RPG 게임 공략집 보는 기분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 “저들 눈에는 오늘의 일이 ‘GTA민주노총’ 정도로 보이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모두 법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석기 때와 똑같다” 등 통합진보당 이석기 사건과 이번 사안을 엮으려는 발언도 나왔다. <주말뉴스 일>의 앵커는 야당의 체포 작전 반대 목소리를 전하며 “민주당 등 야당 지도부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현장을 찾아 철도노조 편을 들었습니다. 특히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전면에 나섰는데, 종북 논란으로 떨어진 당의 이미지를 회복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 도중 앵커가 경찰과 민주노총의 대치 도중 들리는 비명소리에 “심각한 거 아닌가”라고 패널에게 묻자 패널이 “원래 언론이 있으면 과장되기 마련이다. 이석기 잡아갈 때도 그랬지 않나”리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소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미군이 이라크 미사일 공격하듯이 보도하고, 공권력이 무엇을 해야 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배경설명도 없이 현장을 가지고 게임하듯 보도하다니 언론으로서 기본이 안 됐다”며 “공정과 객관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양심의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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