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JTBC <뉴스9>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보도에 대해 공정성 및 객관성 항목 위반으로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벌점4점)’를 내린 데 대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 한국일보는 ‘기자의 눈’으로 방통심의위의 중징계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이 다른 언론사에 대한 방심위의 심의와 징계를 비판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향신문은 21일자 사설 <방통심의위, ‘종북몰이’ 협조 않는다고 방송 징계하나>에서 JTBC가 정부 입장을 보도한 점을 들어 방통심의위와 징계 조치가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방통심의위가 정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판단하는 또 다른 근거는 정작 공정성과 객관성 결여로 징계를 받아야 할 다른 방송의 프로그램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거나, 하나마나한 경미한 조치를 당했다는 사실”이라며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진보당 해산 청구 사태 당시 대부분의 공중파 방송과 종편들은 진보당 해산에 비판적인 일반인들의 견해까지 ‘종북’으로 몰아붙였다”며 “이렇게 불공정·편파왜곡 보도가 난무하는데도 방통심의위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썼다. 실제 방통심의위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종북’으로 주장하는 발언을 내보낸 TV조선 <뉴스쇼 판>에 대해 행정지도인 ‘의견 제시’라는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따라서 방통심의위가 공정성·객관성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여당의 ‘종북몰이’에 협조하지 않는 특정 프로그램이나 특정 인사를 ‘괘씸죄’로 손을 보려 한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모든 것을 양보해 <뉴스9>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정부·여당의 종북몰이에 적극 편승함으로써 <뉴스9>과는 반대 방향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무너뜨린 다른 프로그램들도 징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사설
 
한국일보 강은영 기자는 같은 날 <[기자의 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입맛대로 심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뉴스쇼 판>의 ‘정미홍’ 편에 나온 “박원순 종북” 발언은 의견제시라는 행정지도를 받고 KBS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 편은 법정제재 ‘경고’를 받은 데 대해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징계 이유였지만, 국정원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은영 기자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내보낸 채널A와 TV조선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최고 수위인 과징금 부과보다 한 단계 낮은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의결했다”면서도 “파문의 심각성으로 볼 때 미비한 수준이다. 여권이 추천한 권혁부 부위원장 등은 채널A에 가장 낮은 ‘주의’ 의견을 내 논란이 됐다”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여권 심의위원들의 이러한 불통 심의는 결국 정권이 비판 여론과는 소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상식이 통하는 방통심의위를 바라는 건 허망한 꿈일까”라고 썼다.

한겨레도 이날 사설 <공정성과 형평성 잃은 JTBC 징계>에서 정부 입장보다 통합진보당 측 반론을 더 길게 방송한 것이 공정성 위반이라는 방통심의위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 주장에 대해 “어떤 사안에 대한 보도의 공정성을 시간의 양적 배분으로 따진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여당 쪽 심의위원들의 논리대로라면, 방송사가 굳이 여럿 있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오히려 반대쪽에 충분한 반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불공정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마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또한 타 종합편성채널과 형평성을 문제제기했다. 한겨레는 “이번 중징계 결정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종북이라고 주장한 TV조선의 <뉴스쇼 판> ‘정미홍 편’에 대한 심의에서 여당 쪽 심의위원들은 이중 잣대를 내세우며 스스로 편파적임을 과시하고 있다”며 “여당 쪽 심의위원들은 방송 심의에 앞서 자신의 양심부터 심의하기 바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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