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 의무는 위반한 행위지만, 대선에 개입한 것은 없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의혹 사건에 대해 국방부 조사본부가 이와 같이 앞뒤가 안 맞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인터넷 상에는 패러디까지 등장하며 조사본부를 비판하고 있다. 언론들도 수십여만건의 트위터를 단순히 3급 군무원의 지시·책임으로 돌린 조사본부의 결과발표에 대체로 비판적인 모습이다.

만약 국방부 조사본부의 결과발표를 온전히 신뢰하더라도 사실상 이른바 ‘사이버심리전’이 조직적인 정치개입 형태로 이루어졌음은, 군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정치에 개입했음은 확인된 셈이다. 20일 이 보도를 전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역시 이 같은 인식을 기반으로 기사와 사설을 작성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은 시대에 역행하는 범죄다>에서 “북한이 3만 명이 넘는 정예 사이버전사들을 양성해 우리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사이버사령부는 정치 댓글이나 올리는 엉뚱한 짓을 했다”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전·현직 사이버 사령관에게 감독 소홀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 <국민은 사이버심리전 대상이 아니다>에서 “당장의 관심은 이번 수사에서 군 당국이 스스로 밝혔듯이 군이 정치적 의무를 어겼다는 점”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가 진행 중인 국면에서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킨 것은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12월 20일자. 6면.
 
특히 동아일보의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을 통해 조사본부의 결과발표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동아는 이날 6면 <조직적 정치글 드러났는데 국방부 과장급이 몸통?> 제하 기사에서 “이번 수사 결과로 사건이 종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번 중간수사결과를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시선은 특이한 구석이 있다. 조선일보 역시 이번 중간수사결과가 ‘이상하다’는 점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설 <군, 야당도 동의할 ‘사이버전 매뉴얼’ 만들라>에서 “국방부는 그동안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사령관이 5차례 정치중립 의무를 강조하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혀왔는데 그런 사이버사령관이 정치 관련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간과했다’면 정치 중립 지시 자체가 빈말이었다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들과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조사본부의 공정성을 의심하며 특검을 주장했고, 서울신문과 국민일보는 특검까지는 아니지만 군 검찰이 좀 더 명확한 수사를 할 것을 촉구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는 군의 정치중립 의무를 재차 강조했다.

   
▲ 조선일보 12월 20일자. 39면.
 
반면 조선일보의 사설을 보자. 조선일보는 “그러나 이 사건으로 사이버사령부의 활동 전체를 무력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전 요원 3000여명을 동원해 대남교란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의 사이버전이 대부분 정치적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이라며 “이를 제압하려면 우리 쪽 대응도 정치적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상 군의 정치개입을 인정하는 꼴이어서 매우 위험하다. 또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에 면죄부를 쥐어주는 꼴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회에 사이버사령부의 심리전 대상 선택과 대응 수단·방식, 활동범위에 대한 명확하고도 치밀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 내용은 야당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가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광진 민주당 의원은 사이버사령부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많은 국민들께서 오해하시는 부분이 사이버사령부의 업무와 심리전단의 업무를 동일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사이버사령부 안에는 530심리전단이 있고 590단, 31단 등 여러 부서가 있는데 민주당은 530단을 제외한 나머지 부서의 업무영역을 오히려 강화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사이버전에 대한 대응은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데 그 방식은 530식의 댓글이 아니라 디도스, 해킹 등을 막아내는 것”이라며 “특히 북한은 인터넷망이 없기 때문에 530단의 방식은 결국 국내 인터넷을 전장으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결국 그들이 다는 댓글이 한국사람들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국방부 심리전이란 잘못된 정보가 나오거나 했을 때 국민을 안심시키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일이지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북한정권에 욕을 한다고 국민이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며 “어떤 방식이라도 댓글을 통해 국내 인터넷망에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