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학생의 대자보에서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관권부정선거 1년을 맞아 프랑스와 독일 캐나다 등 국외에서도 응답이 이어졌다.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 한인 일동’은 지난 19일 프랑스 한국대사관에 붙인 ‘박근혜 1년, 해외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우리를 이렇게 속아 넘어가게 한 장본인인 국정원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의 조직적인 선거개입, 대국민 심리전을 통해 지난 1년 전 대선이 치러졌다”며 “심지어 사이버사령부는 해외 교민사이트에도 글을 올리며 심리전을 했으며 지금도 국정원은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당선 전 공약으로 65세 어르신들 20만 원 기초연금 지급하겠다고 한 약속은 휴짓조각이 됐는데 어르신들 안녕하십니까? 모든 중증장애인 연금 2배를 올린다고 한 것도 없어졌는데 장애인분들 안녕하십니까? 반값 등록금, 자기가 대통령 되면 한다고 해놓고 외면하는데 학생분들 안녕하십니까? 고등학교 무상교육한다 하고선 언제 그랬냐라는데 고등학생들 안녕하십니까? 5세 미만 무상보육한다고 해놓고선 눈 감고 있는데 학부모님들 안녕하십니까? 목돈 필요 없는 전세제도, 행복주택을 대폭 축소해 버렸는데 신혼부부님들 안녕하십니까? 국민 뜻에 반하는 민영화 추진 안 한다고 해놓고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7929명이나 직위 해제했는데 노동자분들 안녕하십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말하고 반드시 지킨다’고 말하면서 ‘신뢰’라는 단어로 치장했던 박근혜 씨는 60여 개의 핵심공약을 모두 쓰레기통에 던졌다. 유권자들을 우롱했는데도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며 “부정선거는 당연히 무효” 덧붙였다. 이들은 20일 오후 7시(현지시각)에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 한인 일동’은 지난 19일 프랑스 한국대사관에 ‘박근혜 1년, 해외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사이버사 해외 교민사이트에서도 심리전…부정선거 당연히 무효”

아울러 캐나다 유학생들도 안녕들 하십니까에 응답했다. 19일 밤 회원 10만 명이 넘는 캐나다 한인 최대 커뮤니티 ‘우리는 밴쿠버 유학생’에는 UBC(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정치외교학과 12학번 준형씨가 ‘안녕들 하십니까? 밴쿠버 한인 여러분!’이라며 온라인 대자보를 올렸다.

그는 “그저 캐나다라는 살기 좋은 나라의 복지와 여러 혜택의 편안함에 겨워, 모국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등한시했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 이렇게 목소리를 낸다”면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대선개입부터 부정선거 의혹, 철도 민영화로 파업하는 직원들의 직위해제,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부대사업 범위 확장으로 이뤄질 의료 민영화 문제까지,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에서 인권과 주권의 개념이 뿌리 채 흔들리고 권리를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영화를 통해 시작된 우리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디 정의사회 구현 및 모국, 대한민국민들 모두가 안녕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며 “지금의 문제들이 가령 해결된 후에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녕할 수 있도록, 또 외국에서 자라나는 한인 2·3세 자녀들의 한국계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우리의 힘을 보여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학생의 글에 한 누리꾼은 “쾨쾨한 최루탄 냄새에 막걸리 한 사발과 김치를 앞에 놓고 침 튀겨가며 살기 좋은 세상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입이 굳어 버린 지가 오래됐다”며 “불혹을 훌쩍 넘은 지금 안녕들 하십니까의 물음에 참 부끄럽다. 각박한 이민 사회에서 훗날 우리 아이들이 ‘안녕합니다’고 답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응답했다.

   
20일 오후 6시에는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안녕들 하십니까?’ 촛불시위가 열린다.
 
“조금만 더 언론이 자유롭고 조금만 더 사회가 공정했으면…”

본인을 94학번 유학생으로 시작해 이제는 평범한 밴쿠버 시민이 됐다고 소개한 나병진씨는 “조금만 더 언론이 자유로웠으면, 조금만 더 사회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한국 사회도 자꾸만 뒷걸음쳤다”면서 “하지만 언제나 밤이 깊으면 별이 더욱 빛나듯이 학생 여러분들이 또 다시 어두운 밤을 밝혀줘서 나도 힘을 내고 다시한번 대자보를 써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1일에 뜻을 함께하는 교민들과 밴쿠버 다운타운 아트갤러리 앞에서 대자보 시위를 할 예정이다.

한편 20일 오후 6시부터는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안녕들 하십니까?’ 촛불시위가 열린다. 베를린 촛불시위 참가자 일동은 “이번 독일에서 있었던 총선 때 앙겔라 메르켈이 ‘Uns geht's Gut’ ‘안녕들 하다’라고 독일 국민들을 안심시키면서 독일 사회 전반에 벌어진 청년실업과 노후연금 정책 등 격차를 무마시키려고 해 많은 독일 시민들을 무시하고 있다”며 “한국에서의 국정원 건은 이 보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독일어로 쓴 대자보에서도 “정확히 1년 전 한국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후보가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후보에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며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인터넷에 4000만 개의 트윗 활동을 했던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는 불법대선 개입의 사생아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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