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변호인의 최후변론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마지막 신문에서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에서 찬반클릭 여론조작 활동을 했음을 보고받고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청장에 대한 13차 공판에서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11일 일명 ‘국정원 댓글녀’ 사건이 터진 후 경찰의 증거분석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의 찬반클릭 인터넷 여론 조작 사실을 보고받았다”면서도 “그 당시 핵심 쟁점은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이 있는지 없는지가 핵심이어서 국정원 직원이 어떤 업무 때문에 그런 일을 벌였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12월 16일 경찰이 배포한 중간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 자체에서도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아이디와 활동사이트 등 혐의사실에 대한 전자정보를 명기하고 있었다”며 “김하영 국정원 직원이 여론조작 활동에 사용한 아이디와 닉네임이 적힌 메모장 텍스트 파일을 삭제하고 ‘오늘의 유머’ 등 활동한 사이트에 댓글과 찬반클릭을 한 사실이 보도자료에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전 청장은 이 같은 보도자료 검토와 배포를 본인이 최종 결정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보도자료는 내가 마지막으로 봤고, 내가 바꾸자고 했으면 바꿀 수도 있었다”며 16일 밤 11시 보도자료 배포와 17일 오전 서울수서경찰서장의 브리핑도 “내가 중요한 위치여서 중요한 결정을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사진=이치열 기자
 
김 전 청장은 또 김병찬 수사2계장과 이병하 수사과장 등에게 국정원 김 직원이 데스크톱 컴퓨터와 노트북을 임의제출하면서 분석범위를 제한했다는 것 역시 보고받았고, 김 직원이 삭제한 메모장 텍스트 파일에서 다수의 아이디와 닉네임이 발견됐다는 사실도 김기용 전 경찰청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1일 김 전 청장의 12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용 전 청장은 “당시 핵심 내용은 4가지 키워드(새누리당·민주통합당·박근혜·문재인)에 걸리는 댓글 작업을 국정원 직원이 했는지가 관심 사항이어서 분석을 해 보니 이와 관련이 없고 찬반클릭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실무자로부터 구두보고 받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김용판 전 청장은 ‘국정원 오피스텔 댓글녀’ 사태가 터진 지난해 12월 11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저녁식사 이후 국정원 수뇌부와 수차례 통화를 하면서 국정원 직원의 선거개입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현안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증거분석 범위 제한을 묵인하고 국정원 직원의 찬반클릭 여론조작 활동까지도 눈감아주며 대선 전 서둘러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실질적으로 최종 지시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경찰이 김하영 직원에 대한 디지털증거분석을 진행 중이던 12월 15일과 16일 김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산전문가에 따르면 하루면 분석이 완료된다고 하는데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재촉한 것으로 알려진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끝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국장을 증인 불출석으로 직권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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