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발 북한뉴스가 방송3사를 휩쓸고 있다. 지난 3일 국정원에 의해 장성택 숙청이 알려진 이후 방송3사는 장성택 관련 뉴스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한국 방송인지 북한 방송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3일부터 18일까지 MBC 뉴스데스크, KBS 9시뉴스, SBS 8시뉴스를 분석한 결과 방송3사는 16일 간 장성택 숙청과 관련된 뉴스를 228건 다뤘다. SBS가 67건, MBC가 75건이었고 KBS가 86건으로 가장 많았다. 장성택 사형 집행 소식이 알려진 13일 SBS는 15개, MBC는 14개, KBS는 16개 꼭지를 할애해 장성택이 왜 사형 당했는지에 대한 각종 ‘설’과 이후의 권력 구도와 김경희는 어떻고 김정남은 어떻게 될지, 주변국 반응 등등의 소식을 연달아 전했다.

   
▲ 17일 KBS 9시뉴스 갈무리
 
김정일 사망 2주기였던 17일에는 거의 추모식 생중계 수준의 보도가 이어졌다. SBS는 7개, MBC는 8개 꼭지, KBS는 10꼭지를 할애해 장성택 숙청과 김정일 2주기를 연관 지어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단순히 건수만 많이 다룬 것이 아니라 뉴스 앞부분에 장성택 관련 뉴스를 연달아 배치하는 등 장성택과 북한 뉴스를 중요하게 취급했다. SBS는 4일 4건, 9일 4건, 13일 15건, 15일 6건, 17일 7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연달아 배치했고 MBC는 3일 4건, 4일 5건, 11일 5건, 13일 14건, 17일 8건의 뉴스를, KBS는 4일 5건, 9일 8건, 10일 8건, 13일 16건, 14일 6건, 16일 10건, 17일 10건의 뉴스를 연달아 배치했다. 13일이나 17일의 경우 방송3사의 모든 뉴스가 방송 시작하고 약 15분에서 20분 동안 장성택과 김정은 관련 이야기만 쏟아냈다는 뜻이다.

   
▲ 13일 16꼭지를 북한뉴스로 채운 KBS 9시뉴스
 
북한의 권력구도가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한국, 나아가 동아시아의 국제질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장성택 숙청과 그 후폭풍은 중요한 뉴스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방송3사가 장성택 관련 뉴스를 지나치게 가십성으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3사는 장성택 처형 사실이 알려진 이후 김정은이 어느 곳을 시찰하고 다니고, 김경희나 김정남 등 북한 중요 인사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다는 식의 ‘동향보도’를 쏟아내고, 한 꼭지로 엮어서 다뤄도 충분할 뉴스를 하나씩 쪼개 뉴스량을 늘렸다. MBC는 장성택이 처형 한 달 전 웃으면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 달 뒤 운명을 몰랐다”고 보도했고, 리설주가 한복 대신 투피스 정장을 입었다는 소식에도 한 꼭지를 할애했다. 이러한 보도에 누리꾼들은 SNS에 “진정한 종북 방송” “장성택 3일장 치를 기세인 언론” “3일장? 49제도 치를 듯~”이라고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 17일자 SBS 8시뉴스 갈무리
 
방송3사는 김정은의 동향을 넘어 표정과 헤어스타일, 자세까지 분석하고 나섰다. MBC는 18일 뉴스데스크 <김정은, 눈썹 왜 밀었나…이미지 정치?>에서 “김정은의 모습에 이상한 점이 보였다. 짧아지고, 색깔도 짙어진 눈썹”이라며 “유일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이미지 정치”라고 전했다. SBS는 17일 8시뉴스 <김정은, 헝클어진 머리에 뚱한 표정 왜?>에서 “위 간부들에 앞서 걸어 나오는 김정은의 표정이 유난히 어두워 보인다”며 “삐딱한 자세로 불만이 섞인 듯, 뚱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KBS는 17일 9시뉴스 <굳은 표정·초췌한 모습…김정은에 무슨 일이>에서 김정일 추도식이 진행되는 동안 김정은이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를 중계했다.

   
▲ 18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김창룡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정원 사건이나 철도민영화 등 중요한 사회 현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북한 관련 보도가 양적으로 너무 많고, 맞아도 그만 틀려도 그만인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에 불필요한 시간을 들이고 있다”며 “방송3사가 북한 뉴스로 사회 중요이슈들을 다 밀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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