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재정비리 및 의혹이 허위사실이라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 장로모임은 물론 국민일보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 장로모임’(이하 장로모임)은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용기 목사 일가가 수천억 원대의 교회 재정을 횡령하고, 불륜 의혹을 막기 위해 내연녀 정모씨에게 15억 원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일보는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관련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 <조용기 목사 비리 및 불륜 의혹, 국민일보는 침묵>)

침묵하던 국민일보가 조용기 목사 의혹이 ‘허위’라며 적극 보도에 나섰다. 국민일보는 13일 1-2면 기사를 통해 “장로모임이 지난달 14일 조용기 원로목사에 대해 제기한 의혹들은 여의도순복음교회 및 국민문화재단 등의 중간조사 결과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 국민일보 13일자 1면
 
국민일보는 조 목사가 순복음교회로부터 200억을 받았다는 의혹, 조 목사의 장남인 조희준씨가 논현동에 잇는 교회소유 공관을 임의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 조 목사가 경기도 파주 땅을 차명 소유하고 있으며 은퇴 후 국민일보, 국민문화재단으로부터 월 75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거짓으로 밝혀졌으며 나머지 의혹들도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의혹들 중 상당수는 의구심을 가질만한 수준의 사안도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장로모임이 국민일보, 한세대, 영산조용기재단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14일 국민일보 보도에 순복음교회가 ‘환영’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고, 16일 사설을 통해 “허위주장 일삼는 장로들은 신앙인의 자세로 돌아가라”고 밝혔다.

국민일보가 장로모임의 주장을 허위라고 판단한 근거는 ‘진상조사위의 중간조사 결과’다. 하지만 17일 방영된 MBC PD수첩 편에 등장한 강희수 여의도순복음교회 진상조사위원장은 “(국민일보 측에) 우리가 자료를 준 것이 없다. 어디서 그런 결과가 나온 건지 잘 모른다”며 “(국민일보에서) 독자적으로 한 것으로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의 취재 결과 진상조사위가 중간조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으며, 국민일보가 몇몇 조사위원들을 취재해 기사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

   
▲ 17일 방영된 MBC PD수첩 갈무리
 
또한 국민일보는 장로모임 소속 김대진, 김석균, 하상옥 장로와 이진오 더함공동체교회 목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국민일보는 “장로모임이 국민일보와 국민문화재단이 조 목사가 국민일보 회장을 퇴임한 이후에도 매월 7500만원의 재정 지원을 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비난했지만, “조 목사가 퇴임한 2012년 3월 13일 이후에는 일체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장로모임은 “국민일보가 공적 언론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이진오 더함공동체교회 목사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진상조사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국민일보가 결과도 나오기 전에 중간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하고, 소송까지 해버리니 당황스럽다”며 “국민일보의 이런 행동이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국민일보는 7500만원 지급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 장로모임은 교회나 재단이,국민일보 등 기타 유관기관들로부터 확인된 게 7500만원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이지 국민일보가 지금도 준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다”며 “설사 이 주장이 거짓에 의한 명예훼손이라 하더라도. 그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 문제가 핵심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또한 “국민일보가 의혹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아주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침소봉대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 문제를 보도하며 나한테 전화해서 취재하거나 물어본 적이 없다”며 “국민일보는 공적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상실했으며, 사유화된 언론으로 기능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상옥 장로 역시 “조 목사가 설교에서 교회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기에 이를 비판하며 여러 군데에서 매달 받은 걸 합쳐보니 7500만 원 정도 되더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 장로는 장로모임이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국민일보 보도에 대해 “경영권이 우리가 뺏고 싶다고 빼앗아 지는 것이냐. 국민일보가 조용기 일가 사유를 공공의 것으로 돌려놓자는 우리의 주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조용기 목사 일가가 국민일보를 좌지우지해서 이런 보도가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민일보 13일자 2면
 
이 보도 관련해 국민일보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노동조합이 조용기 목사 관련 의혹이 허위사실이라는 국민일보 보도에 대해 근거를 물으며 종교국 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노조는 이 기사들이 기명기사가 아니라 ‘특별취재팀’ 바이라인을 달고 나간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국민일보의 한 기자는 “많은 기자들이 부끄러운 보도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언론이 교회 편에 서서 플레이어로 뛰는 것은 국민일보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떨어뜨릴 것이며, 기자들이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일보 사측 관계자는 “취재 결과 사실과 사실과 다른 부분이 발견되어 보도를 한 것이며, 국민일보와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가 있었기에 고소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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