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부위원장은 최근 여권이 추진하는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 “인상액과 절차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지상파가 장기적으로라도 광고를 폐지하는 계획과 더불어 KBS1, KBS2의 회계분리, 자체 인력감축에 대한 로드맵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김 부위원장은 17일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뤄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보통신부(정통부) 출신 방통위 직원들의 말대로 네트워크는 올 IP시대로 가고 모든 방송은 CP(콘텐츠 프로바이더)나 PP(프로그램 프로바이더)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요구에 따라 허용된 8VSB(8레벨 잔류측파대) 확대 방안에 대해선 “포퓰리즘적인 성격이 있다”며 “한국 방송 디지털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가 요구하는 MMS(다채널)와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KBS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다고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장기적으로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민주당 입장 때문에 반대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의 입장과는 상관이 없다. 무엇보다도 수신료는 국민이 세금처럼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액수만 올려야 한다. 또 인상 과정도 매우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 논의되는 수신료 인상은 인상액과 절차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 
 
 
- KBS 수신료 인상은 KBS2 광고 폐지와 연계되어 있다.
“KBS가 KBS2 광고를 없앨 생각을 거의 안하는 것 같다. 그것도 큰 문제다. KBS 관계자들은 광고를 줄일 수는 있지만 폐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도 수신료 올려주면 자기 주머니에 있는 것처럼 광고를 조금 내놓겠다는 게 이번 인상안의 핵심이다. 거기에 문제가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KBS에 로드맵을 요구했다. 2010년 국회에서 합의한 1000원을 일차적으로 올리고, 5년이든 10년이든 광고를 줄여서 ‘제로’로 만드는 로드맵을 내라는 것이다. KBS1, KBS2의 회계 분리와 자체 인력감축에 대한 로드맵도 내야 한다. 당장 수백명 줄이라는 게 아니라 그런 고통 분담을 같이 할 때 국민들이 인상을 받아주는 것이다. 지금은 배 두드리면서 ‘수신료만 올려주시오’하는 자세와 다를 바가 없다. KBS가 제출한 서류상 계산도 믿기 어렵다.

내가 본 KBS 집행부는 광고를 완전히 없앨 생각이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수신료만 올리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해에 몇 백원씩 올리면 몇 년도에 KBS엔 광고가 없어진다는 로드맵을 내야 한다. 그게 공영방송의 제대로 된 모습이지. 언제까지 광고는 누리면서 수신료는 다다익선으로 받는다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김충식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김병철 기자
 
- 수신료 인상, KBS2 광고 폐지는 KBS 광고를 종편으로 흘려보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BS는 연간 2100억원의 광고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2100억원 중 얼마가 종편에 갈지는 추정하기 어렵지만 종편들은 기대를 하고 있다. KBS에서 나오는 광고에 조중동 3사가 목을 맬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2100억원은 KBS 광고 축소의 수혜 대상이 될 다른 언론들이 수신료 인상을 찬성 혹은 비호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결국 신문 논조를 유리하게 끄는 것을 노리고 2100억원을 사탕발림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KBS를 끼고 도는 여권의 의도라고 본다.” 
 
- 미디어오늘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 전수 설문조사를 했다. 새누리당은 찬성 또는 조건부 찬성, 민주당은 전원 반대다. 반반으로 갈려서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회가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둔다고 보나. 
“그 여권 추천 이사들 나름의 정치 일정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내가 보기에도 국민의 세금을 올리는 일이기 때문에 이사회 7명만이 그렇게 일방 통행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가 싶다. 방통위에서도 3 대 2로 흘러갈 것이 뻔하지만, 국회는 상임위 여야 의석구도가 반반이다. 그리고 여당 의원들도 국민에 대한 부담때문에 강행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걸 보면 여권의 정치 일정에 맞춘 ‘수신료 불장난’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여권 추천 KBS 이사들이 청와대와 자신들을 이사로 선출해준 세력에게 보여줄 수 있다. ‘나는 내 역할의 최선을 다 했습니다’하고자 하는 그런 책략 같은 것이 느껴진다.”

 
- 종편의 요구로 8VSB를 허용하기로 했다. SO들은 아직 아날로그 TV 수상기를 갖고 있는 500만~600만 가구에 컨버터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어차피 몇 년 안에 TV를 바꿀 사람들에게 컨버터를 지급하는 게 의미가 있나. 
“컨버터 값은 얼마 되지 않는다. 수상기를 바꾸는 것보다는 싸다. 내가 걱정하는 건 다른 거다. 지금까지 국가 정책은 지상파에만 8VSB를 허용하는 것이었다. 많은 공익 방송(케이블 채널)이 요구했지만 안 줬다. 이유는 셋톱박스를 통해 모든 정보가 스며들게 하겠다는 국가적 방송통신 목표 때문이다. 그래서 8VSB라는 우회채널을 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정책 기조였다.

그런데 이번에 8VSB를 허용하면서 정통부 이래 구 방통위까지 일관됐던 정책기조가 바뀌었다. 국민들에게 좋은 화질을 제공하면 좋은 것 아니냐는 약간의 포퓰리즘적인 이유로 터준 것이다. 이건 종편이 요구했느냐가 아니라, 한국 방송의 디지털화 촉진을 포기한 것이냐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소한 부분적인 정체, 지체는 피할 수 없다.”

 
- 8VSB가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된다고 본다. 최소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된 종편 같은 데선 환영하고 활용할 것이다. 당장은 우선 먹는 곶감이 다니깐 시청자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적으로 좋은 게 좋다고 다 해주면 궁극적인 행정 목표는 표류하게 된다.”
 
- 지상파에 허용해준 MMS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이경재 위원장은 KBS1과 EBS 정도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MMS엔 동상이몽이 있는 것 같다. 방통위 여당 추천 위원들은 MMS를 통해서 지상파에 생색을 내는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도 광고 없는 무료 MMS만을 전제로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상파는 MMS에 광고를 붙이려는 생각이 있다. MMS를 해주겠다는 사람들은 무료라고 하고, 하겠다는 사람들은 광고를 붙이겠다는 동상이몽이다.

정통부 출신인 신용섭 전 상임위원도 MMS는 절대 안 된다고 했었다. 광고 여부와 상관없이 가뜩이나 다채널 시대인데, 거대 지상파의 시장 점유율만 높여서 방송시장을 교란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상파 3사가 MMS를 할 재정적 여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만약 광고를 붙인다면 대단히 큰 소란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군소채널 성장의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 MMS를 통해 지상파의 직접 수신율(직수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는가.
“어렵다고 본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집계한 세계 방송전송 기술의 비율 변화를 보면 2008년 51%였던 지상파 플랫폼 비중이 4년 사이에 39%까지 빠졌다. 놀랍게도 모바일은 제외된 통계다. 그런데도 지상파가 이렇게 몰락하고 있다. 지금 직수율이 7%다. 이건 방송이 일종의 ‘유료보편 서비스’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지상파의 강점은 '무료 보편성'인데 이제 시청자들의 유료방송을 보편적으로 이용하고 싶어한다.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 세계적인 추세가 역전 될 수 있을 것 같나. 정통부 출신 방통위 직원들의 말대로 네트워크는 올 IP시대로 가고 모든 방송은 CP(콘텐츠 프로바이더)나 PP(프로그램 프로바이더)가 될지도 모른다. 일본 UHD 방송 현황 시찰을 갔을 때도 일본 방송 전문가가 이렇게 얘기하더라.

‘일본은 UHD를 위한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고, 위성방송만으로 UHD를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브로드캐스팅 기능을 방송보다 통신이 더 잘하게 됐다. 지상파 주파수를 회수해서 통신에 비싸게 팔고 통신이 인터넷으로 방송을 하는 미국식이 타당하고 효율적이다.’

미국과 일본이 이렇게 가는데 한국만 직수율 높여가면서 UHD방송도 MMS도 하면서 지상파의 꽃을 피우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방통위 부위원장으로 이렇게 말하는 건 가혹하지만 지상파의 쇠락이라는 엄연한 현실은 직시하고 대응해야 한다. 숫자는 정직하다.” 
 

- 지상파가 요구하는 중간광고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나는 반대다. 그리고 정무적 판단으로 봤을 때도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남북통일보다 어려울 것이다. 장애물이 너무 많다. 국민에겐 시청권 제한이라는 불편을 주고, 시민사회는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광고는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야당도 동조할리 만무하고, 여당 역시도 시청자에게 참고 봐달라고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광고물량을 뺏길 수도 있는 종이매체와 유료방송들도 공격할 것이다. 지상파 3사 빼고는 사면초가 상태다.”
 
- 수신료 인상도 없고 중간광고도 없고 그럼 지상파는 어떻게 하는가. 
"중간광고를 통해 지상파의 본질적인 쇠락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으로 대비해야지.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지상파 중간광고는 소란만 커지지 재무적인 지표 개선은 어려울 것이다."
 
- SBS와 MBC 의무재송신에 대한 의견은 뭔가. 
“SBS는 민영으로 출발했으니 지식재산권의 소유주체라는 측면에서 명확하게 공영방송과는 입장이 다르다. 의무재전송을 강요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공영방송인 MBC의 경우 미래 전망이 밝다면 의무재전송을 강요하는 행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쇠락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이번 재허가 과정을 보니 지역 MBC는 더 어렵더라. 거기서 의무재송신을 주장하면 임팩트도 크고 그동안의 연혁과도 맞지 않아서 무리다.”
 
- 지상파를 배제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지상파 UHD 방송을 키우려는 의지가 있는가.
“지상파 UHD 방송 문제는 10년 후에 지상파도 방통위도 나도 모두 후회하지 않을 방안을 강구하는 게 최선이다. 최근 지상파 관계자들이 제안한 게 있다. 1997년 주파수 분할을 미국식으로 정한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거다. 유럽식인 SFN(단일주파수망)으로 전환하면 38개사로 되어있는 주파수 분할이 효율적으로 재배치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UHD 주파수가 HD 주파수를 수렴할 수 있다는 게 지상파의 얘기다. 그래서 나는 지상파 관계자들에게 통신 기술자들과 공청회에서 완벽한 검증을 거치라고 얘기했다. 또 국가가 SFN 전환 비용 부담을 받아들일 것인지도 봐야 한다.” 

 
- 최근 발표된 방송산업 발전종합계획이 유료방송 편향이라는 반발이 많다. 
“방송발전계획은 진흥 기관인 미래부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미래부가 유료방송을 담당하기에 결과적으로 그런 인상을 주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또 방송산업이 유료방송 주도로 많이 넘어갔다. 유료방송 93%, 직수율 7%이라는 지형에서 보면 행정당국에선 유료방송을 제약할 경우 생기는 국민들의 불편함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결과로 봐야한다. 그럼에도 유료방송엔 8VSB를 주고, 지상파엔 MMS를 안겼으니 누구 편을 들었다고 말하는 것도 온당하지는 않다.”
 
- 최시중·이경재 위원장의 6년 방통위를 평가해 달라. 
“최시중 시대는 임기가 보장된 실세 장관시대였다. 위원회 체제였지만 상당히 독재적으로 운영됨에 따른 폐단이 있었다. 이경재 위원장은 그보다는 조금 자유 분방하고 정치 실세라는 소리도 앞장서서 듣지는 않기에 여러가지 기대를 하면서 보고 있다.”
 
- 3 대 2 구조에서 야당 추천위원들이 결국 들러리만 서고 합의제의 명분만 만들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도 오늘 수신료 인상 관련 논의를 봐라. 장차관 시스템이면 오늘 같은 활발한 논의가 되겠는가. 최소한 위원회로 야당이 추천하는 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아픈 데를 찌르고, 여당 추천 위원들도 가려운데 짚어내고 하면서 보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의결 구조 자체가 3 대 2라고 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이지 않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와 야당적인 견해도 피드백이 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최종적으로 수신료 방안 자체는 3 대 2로 의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내용만은 상당히 많이 수정된 상태로 국회로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KBS 소수 이사들의 의견도 추가되어서 국회로 넘어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스템 자체가 기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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