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지난 10일 여당 추천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절차적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60일 이내에 수신료 인상안을 검토한 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로 보내 국회에서 의결하는 절차만 남았다.

그러나 KBS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장 위원회 구성부터 여당이 밀어붙이기 어렵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새누리당 12명, 민주당 10명, 비교섭단체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야 동수인 셈이다. 이중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라 야당이 1석 적다는 점이 변수지만, 법안을 심사한 후 위원회에 올리는 법안심사소위는 여야가 동수로 구성되어 있다.

민주당은 몇 차례 문방위원 전원 명의의 입장 발표를 통해 KBS 수신료 인상안을 저지한다고 밝혀왔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KBS 이사회 의결 직후 “국민에게는 세금과도 다름없는 수신료를 군사작전 하듯 모여 날치기로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폭거”라며 규탄했고 17일 “땡박뉴스, 종박뉴스를 연일 생산하며 진실을 가리는 행태가 중단되지 않는 한, 공정성보장이라는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무소속 강동원 의원 측도 공정성 보장이 확보되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야권이 한 목소리로 이번에 의결된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은 어떨까?

   
▲ 언론노조, 민언련 등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수신료 인상 날치기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치열 기자
 
미디어오늘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체로 KBS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의원 별로 이번에 KBS 이사회가 통과시킨 인상안 처리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사실상 전 국민이 연계된 ‘세금 인상’안이라는 부담감에 KBS 이사회부터 ‘날치기’ 처리한 안이라 국회에서도 이를 밀어붙이기 어렵다.

일단 여당 조해진 간사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야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재원비중을 수신료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인상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동의했지만 “KBS도 수신료 인상이나 경영 합리화 등 자구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 측 이우철 보좌관도 “평소 (의원이 수신료 인상에) 기본적으로 찬성했다”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의 맞게 중장기적으로 해야 한다”며 당장의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권은희 의원 역시 “수신료는 인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통과시킬 인상안에 4000원이 적절하냐는 검토 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도 대체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수신료 인상이야 기본적으로 찬성은 했지만 박대출 의원, 이상일 의원 등은 “내용을 좀 더 알아봐야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미방위) 법안심사 소위가 여야 4대4”라며 “야당이 반대하면 상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반대한다”며 “불공정이 극에 달한 KBS는 ‘종박’방송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 상태에서 수신료를 올리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KBS 이사회는 의결 당시 야당 추천 인사들이 배제된 상태로 밀어붙였다”며 “민주적 절차가 결여된 안이어서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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