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언론‧시청자단체 여성네크워크(이하 여성네트워크)가 KBS이사회의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KBS 본관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려다 KBS 청원경찰들과 충돌했다.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은 16일 오전 11시 20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수신료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5분도 채 안되어 몰려든 청원경찰들로 인해 기자회견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KBS 청원경찰들은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의 피켓과 현수막을 빼앗고 그들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고,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이 이에 저항하면서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청원경찰들은 “여기서 기자회견하면 안 된다. 나가라”고 요구했고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은 “시청자광장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라며 맞섰다. 여성네트워크 회원 몇몇이 넘어지면서 팔과 허리에 부상을 입었다.

   
▲ 언론·시청자단체 여성네트워크가 16일 11시 20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소란 속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은 “KBS는 지난 10일 수신료를 60%나 올리는 ‘셀프인상안’을 여당 추천이사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의결했다.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는 마당에 전기요금 고지서에 합산된 수신료를 기습적으로 올릴 수 있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도둑인상’은 무효다. KBS 길환영 사장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공영방송 KBS를 떠나라”고 밝혔다.

KBS 청원경찰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카메라 기자들을 저지하면서 카메라 기자들과 청원경찰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청원경찰이 카메라 기자의 카메라를 낚아채려 했고, 카메라 기자는 이에 거칠게 항의하며 청원경찰의 명찰을 낚아챘다. 청원경찰들은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어라”라고 말했고, 카메라 기자들은 “취재 방해하지 마라” “KBS 기자들도 취재할 때 이렇게 방해받으면 좋겠냐”며 항의했다.


김기남 경향신문 사진부 기자는 “KBS 카메라 기자들이 어디 가서 취재를 하는데 누가 카메라를 낚아채려 했으면 그들도 거칠게 항의했을 것”이라며 “공영방송이라는 KBS에서 기자들이 취재하겠다는 데 이렇게 방해를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KBS 청원경찰들은 기자들과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진압을 멈추었다. 한 KBS 관계자가 내려와 진압을 시도한 청원경찰들에게 “어서 이분들에게 사과 하라”고 지시했고, 청원경찰들이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에게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추혜선 언론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기습인상을 비판 하러 온 시민단체를 폭력으로 진압하고 취재마저 방해했다. 이것이 바로 KBS의 현 주소”라며 “오늘 사건이 KBS의 윤리 수준을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운동본부 소장은 “수신료 기습 인상은 되면서 기자회견은 왜 안 되냐”며 “기습 인상과 오늘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측은 16일 오후 공식입장을 내어 “사전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공적 시설인 청사 안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KBS측은 “본관 로비에 마련된 ‘시청자광장’은 그 이름처럼 KBS를 방문하는 시청자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머무르거나, 출연자와 방청객들이 수시로 왕래하는 곳”이라면서 “그동안 외부 단체의 기자회견이 KBS 청사 인근에서 이뤄졌지만 청사 내부에서, 그것도 기습적으로 이뤄진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KBS측은 “외부로부터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돼 있지만, 그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절차와 형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공시설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는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차후에도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소란이 끝난 후 항의 발언을 하고 있는 언론·시청자단체 여성네트워크 회원들. 사진=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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