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들이 신문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돌려쓰기’ 기사로 지면을 채우고 있는 보수 인터넷 매체들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실사를 요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전국언론노조,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은 12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보수인터넷 매체에 대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지난 9일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지난 대선 시기인 2012년 11월 20~30일 동안 뉴스파인더, 업코리아, 독립신문, 폴리뷰, 서울톱뉴스, 뉴스코리아, 인터넷타임즈 등 7개 보수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민언련은 모니터링 결과 “조사한 보수 인터넷 매체 대부분이 기사의 절반 이상을 다른 보수인터넷 매체와 ‘돌려쓰기’하고 있었다”며 “신문법이 요구한 조건들을 충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법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인터넷매체는 독자적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독자적인 기사 생산’이란 △취재 인력 2명 이상을 포함하여 취재 및 편집 인력 3명을 상시적으로 고용 △주간 게재 기사 건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자체적으로 생산한 기사로 게재 등을 의미한다.

   
▲ 12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민언련 등이 국정원 연계‧신문법 요건 위반 의심 매체를 실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언련 등은 신문법 위반을 넘어 이들 매체가 국정원과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이 돌려쓰기 한 기사 내용이 △보수단체 활동 △야권 대선후보 비판 △여권 대선후보 홍보 △MBC노조 비판 △북한 안보문제 등 국정원 심리전단이 트위터를 통해 배포한 내용과 대동소이하고, 따라서 국정원이 트위터를 통해 야권에 불리한 이슈를 조직적으로 대량 유포했듯, 보수인터넷 매체들도 각각의 매체에 같은 기사를 ‘돌려쓰기’하는 형태로 유포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에는 국정원이 30여개 보수 인터넷 언론사에 특정 기사나 사설을 쓰도록 청탁한 뒤 해당 기사나 사설에 보도되면 이를 다시 트위터로 대량 유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국정원은 댓글과 트위터 글을 통해 언론에서 밝힌 내용이라며 국민여론조작에 나섰는데, 이들이 말하던 언론이 바로 이들 매체였다”며 “이들 매체의 기사가 기자의 취재를 통해 나온 것인지, 국정원의 주문으로 생산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나아가 이들 언론사가 과연, 객관적으로 자연인이 만든 보수매체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국정원과 이들은 손발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이들은 언론사가 아니라 국가정보원이라는 통신사의 인터넷 지부”라며 “언론을 참칭한 채 국정원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기 한 이런 매체들은 등록 취소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시 민원과에 들러 보수인터넷 매체에 대한 실사를 요구하는 민원서를 제출했다. 민언련은 문화부에 이들 매체에 대한 실사를 요구하고, 검찰에는 관련 의혹에 관한 수사를 촉구할 것이라 밝혔다.

   
▲ 박석운 민언련 대표 등이 12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시 민원과에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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