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농협 생활에 너무 큰 상처로 남게 됐고 조합장은 한 직원이 횡령을 해서 해직시켰다고 운영 공개 때 마을회관과 각종 회의 장소에서 매장하고자 안내방송을 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누명이 벗겨지기까지 너무나 고통이 컸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1987년 농협에 입사에 20여 년을 여성복지직 등의 업무를 담당한 김아무개(46·여) 경북 김천시 직지농협 과장은 지난 2011년 5월 31일 근무 중 자살을 시도했다. 동료에게 ‘너무 억울하다. 그동안 고마웠다. 수면제를 먹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수면제 20알을 먹고 2층 신부대기실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규호 직지농협 조합장은 다음날 김 과장에게 경위서와 소파 근무를 지시했다. 며칠 후 조합장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 과장에게 3개월간 자택대기발령을 내렸다.

김 과장은 3개월 후 농협에 복귀하고도 조합장의 끊임없는 ‘감시’와 직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전국농협노조 대구경북본부는 직지농협과 농협중앙회 등을 상대로 김 과장에 대한 인권·노동탄압을 중지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하 조합장은 오히려 그를 휴지 60세트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던 2012년 1월 김 과장은 직지농협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노동부(지노위 2012년 5월·중노위 2012년 10월)는 김 과장에 대한 부당해고·원직복직 판결을 내렸고 검찰 역시 직지농협의 횡령 고소 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지난 8월 23일 민사1심도 법원은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농협노조와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여성위원회, 대구여성인권센터 등 ‘직지농협 조합장 퇴출과 직장 내 인권탄압,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직접행동’은 지난 7일 김천역 광장 앞에서 집회와 행진을 열었다. 사진=농협노조 대경본부 제공
 
자칫 지역농협 내부 한 개인의 안타까운 일로 묻힐 뻔한 이 ‘김천판 도가니’ 사건은 급기야 지난달 15일 이아무개 직지농협 전무가 김 과장에게 여성 나체 사진을 보여주며 성희롱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이 전무는 이날 오후 근무시간 중 김 과장에게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여성 나체 사진을 내밀며 “야, 이게 니 XX가?”, “니 XX라고 찍어 보냈어?”라고 거듭 물으며 희롱했다.

현재 해당 녹음 파일은 농협노조 대구경북본부 카페와 인터넷 유튜브 사이트 등에 올라와 있으며 김천경찰서는 성희롱 혐의로 이 전무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농협중앙회는 이 전무에 대한 감사와 징계위원회를 열어 직지농협에 해직을 권고했으며 이 농협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그를 해직 결정했다.

김 과장에 대한 직지농협 내 부당징계와 괴롭힘은 지난 2010년, 현 하 아무개 직지농협 조합장이 재선하면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김 과장의 주장이다.  

김 과장의 주장에 따르면 하 조합장이 재선된 이후, 상대후보지지를 했다고 의심을 산 인사들에 대한 인사조치 등 탄압이 잇따랐다. 상무 2명이 타 농협으로 발령이 났고, 또 다른 직원 1명이 인사조치됐다. 김 과장에게는 직급에 맞지 않는 창구안내와 공동선별장 청소, 마트계산원 등의 일을 시켰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지난 2011년 10월 농협노조 대구경북본부 카페 게시판에 “한 농협의 최고 책임자가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까지 짓밟을 수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가고 괴롭다”며 “조합장을 상대로 소송한 직원이라고 공금횡령죄를 뒤집어 씌우고 이런 직원은 조합원들이 절대 용서하면 안 된다며 창구에 나와 손님들 앞에서 큰 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밑에서 예스맨이 돼 있는 우리 직원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글을 올려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지난달까지 김 과장은 2014년도 사업예산안 교육을 이유로 다른 직원들과 분리된 구석 자리에서 업무용 컴퓨터도 없이 홀로 앉아 있었다. 사진=농협노조 대경본부 제공
 
직지농협 전무의 성희롱 사건 후 농협노조와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여성위원회, 대구여성인권센터 등 ‘직지농협 조합장 퇴출과 직장 내 인권탄압,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직접행동’은 지난 7일 김천역 광장에서 연 집회에서 “한 여성노동자를 집요하게 탄압하고 있는 직지농협 조합장은 퇴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 과장에 대한 횡령혐의가 무혐의 결정이 나고 부당해고 판결로 복직은 시켰으나 조합장의 보복성 괴롭힘은 더욱더 심해졌다”면서 “교육을 시킨다며 별도의 구석 자리에 앉혀놓고 고객과 동료 직원과의 대화도 철저히 차단, 개인수첩·휴대폰 사용도 제한을 두었으며 심지어 가방검사까지 하는 등 상식 이하의 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일 농협노조 대경본부가 직지농협 앞에서 “직지농협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인격살인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자 하 조합장은 실명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어 해당 직원을 모욕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진=농협노조 대경본부 제공
 
이에 대해 하 조합장은 지난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횡령 건은 무혐의가 아니라 나를 무고로 고발한 것과 함께 증거불충분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우린 전산자료를 모두 가지고 있다”며 “지난 8월 23일 복직 판결에서도 정직은 정당하다고 했고 해고 무효로 복직시키라고 해서 판사의 판결문을 수용했으면 일단락됐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하 조합장은 부당인사 조처와 직장 내 집단따돌림 주장에 대해서는 “2년에 한 번 업무분장을 하는데 자기가 원하는 자리가 있다고 해서 다른 직원을 빼낼 수 없어 본인의 동의에 따라 신용기획과장 일을 주고 사업 예산안 공부를 시키기 위해 한 쪽 자리를 준 것”이라며 “근무지 무단이탈과 집회신고로 왕따시킨다고 시끄럽게 해서 징계를 준 것이다”고 해명했다.

김 과장에 대한 가방검사 등 인권침해 지적에 대해 하 조합장은 “퇴근할 때 농협 서류를 외부로 가지고 나간다고 해서 중요 서류가 외부로 나가면 안 되므로 가방을 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일부 인정했다. 앞서 지난달 1일 농협노조 대경본부가 직지농협 앞에서 “직지농협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인격살인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자 하 조합장은 ‘김○○ 과장이 요청한 노조원이 집회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는 실명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어 해당 직원을 모욕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지역농협의 노동탄압과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관계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아직 해당 농협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황이고 조합장에게 어떤 잘못이 있는지는 감사가 끝나봐야 안다”며 “노무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가 투입돼 감사를 진행할 것이고 관련된 부분에 조합장의 책임이 있으면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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