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달 30일 보도한 말기 에이즈 환자 수용 요양병원 온라인판 르포기사, <다 꺼리는 에이즈 환자…병원 문 닫을 각오로 돌봐> 제하 기사는 지난 2일 성소수자 단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들은 당시 성명에서 조선일보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과까지 요구한 바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당시 성소수자 단체들의 비판의 골자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해당 기사가 성소수자와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것, 또 하나는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병원을 줄곧 방어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관련 인권단체들도 들어가 보지 못한 병원을 조선일보 기자가 어떻게 들어갔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해당 병원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자 해당 병원과 조선일보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일종의 ‘공모’ 아니냐는 것이다.

이중 이른바 ‘공모’ 논란에 관련해서는 미디어오늘의 현장 취재 결과, 사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은 5일 경기도 모 지역에 있는 해당 병원을 찾아가 해당 병원장을 만났다. 병원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방문을 막은 사실이 없다”며 “조선일보 기자의 경우 본인도 한겨레의 기사(에이즈 관련 단체들의 해당 병원 인권침해 증언대회)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병원에서 일어난 인권유린에 대해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 대해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병원측을 방어하는 보도논조를 보였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해당병원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에서 과거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병인과 환자들은 해당 병원이 환자의 머리를 강제로 깎고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도록 했으며, 심지어 간병인에 의한 환자 성폭행이 발생한 사실도 드러났다. 에이즈 환자의 타 병원 이송을 거부해 해당 환자가 숨졌다는 사실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해당 병원장도 인정했다. 해당 병원장은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일들에 대해 관련된 분들께 사과도 했다”고 말했다.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측 권미란 활동가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병원장이 이번주 화요일(3일) 전화해서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하며 만나자고는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보도에서 “일부 동성애 인권단체와 에이즈 시민단체들이 병원에서 인권유린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에 고발을 했다”며 “그들은 병원을 ‘사육장'으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바로 병원과 병원장의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 조선일보 11월 30일자. 11면.
 
이에 성소수자 단체 모임인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은 성명을 통해 “최근 인권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문제의 요양병원을 ‘선의’와 ‘소명의식’으로 포장하면서 그 속에서 정작 벌어지는 의료행위의 불이행, 에이즈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간병인의 처우 현실 등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지개행동은 “기사가 노골적으로 환자가 아닌 병원의 편에서 기술되어 있는 점 또한 글의 의도를 짐작케 한다”며 “11월 5일 환자와 간병인들의 증언대회와 11월 27일 수동요양병원과 질병관리본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직후에 이 기사가 게재된 사실은 다분히 이 기사가 ‘사건입막음용’이라는 의도를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조선일보 기사에서 드러나는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성이다. 조선일보는 해당 병원이 병원 화장실 아래 20cm 가량을 절단한 사진을 첨부하며 “일부 환자들이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갖기도 해 병원 측이 고심 끝에 내놓은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인권침해와 관련된 사항이다.

조선일보는 또한 “위탁사업 초기 환자들은 병실에서 마음에 드는 남성끼리 성관계를 맺었다”거나 “병원에서는 애초 에이즈 병실을 한개 층에 몰아넣으려 했지만 보건당국이 이를 반대했다. 출입통제구역에 남성 환자 수십명을 모아놓으면 그게 더 의심스러워 보인다는 이유에서”라고 보도했다. 에이즈환자들을 ‘문란한 동성애자’로 묘사한 셈이다.

’무지개행동’은 성명을 통해 “심각한 것은 성소수자와 에이즈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무지에 기반해 일련의 문제들을 전적으로 에이즈환자의 탓으로 전가시키는 지점”이라며 “(화장실문 절단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는 병원의 처우를 문제 삼기보다 에이즈환자들이 문란한 동성애자라는 오명을 덧씌우고 동성애자는 모두가 문란하다는 낙인을 찍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기사에서는) ‘동성애=문란=에이즈의 원흉’이라는 뿌리 깊은 동성애 혐오적인 편견을 강박적으로 반복한다”며 “문제의 근본적인 구조를 외면한 조선일보는 그 책임을 환자들에게 전가하고 에이즈가 동성애자들의 질병이라는 편견을 환자들에게 덧씌우는 저질의 저널리즘을 여실히 실천하고 있는데, 이는 에이즈 환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병원장 역시 “해당 기사가 그렇게 나가리라곤 나 역시 생각하지 못했다”며 “우리 병원으로서는 노출이 많이 될 경우 병원 내 에이즈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테고, 지역주민 등이 반발해 환자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장은 “해당 기사를 보고 성소수자 분들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기사를 쓴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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