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선거개입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도입 요구와 새 정치에 대한 국민 여망이 높아지는 시기에 정치인과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지도자 등이 참여하는 ‘희망시민연대’가 창립했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지난 3일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특위 합의 등 정기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여야가 극명하게 입장을 달리하고 있고, 안철수 신당에 대해서도 지향 이념과 인적구성 등에서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어 이번 희망시민연대 출범이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주목된다.

희망시민연대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라는 주제로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정치를 정치권에만 맡기지 않고 시민을 정치 참여의 주체로 조직적으로 결집해 내겠다”고 밝혔다.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 사상계 대표와 김후식 전 5·18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회장 등 7인이 희망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김원웅 전 국회의원과 김윤환 고려대 명예교수, 김종철 전 연합뉴스 사장, 명진 스님, 이해학 목사 등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희망시민연대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라는 주제로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희망시민연대 제공
 
희망시민연대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공존·공영·공생하는 공동체사회 건설’을 비전으로, 한반도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남북의 평화와 통일, 국민이 정치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제도 개혁, 경제민주화를 통한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향후 만민공동회와 새로운 대안제시를 위한 세미나, 민주시민 정치의식 강화를 위한 풀뿌리정치학교의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장호권 상임대표는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가기관의 총체적 부정선거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 하야와 사퇴를 촉구하는 시점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희망시민연대를 출범시키게 됐다”며 “대통령이 사태 해결을 국회에 떠넘기지 않고, 궁극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시민들과 함께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안철수 신당과 관련해선 “안철수 신당의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신당 창당을 국민이 원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민주당 등 야권에 대한 불신이 반대급부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며 “국민이 모두 소용돌이 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의원이 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정리해 국민의 요구를 맞춰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장호권 대표와 인터뷰 전문이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부정 선거개입에 대한 끊임없는 규탄과 시국선언 정국에서 희망시민연대의 창립 의미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나라의 안팎이 정말 풍전등화인 상황이다. 대외적으론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 간의 세력 갈등을 겪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 놓였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 위태로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의 뿌리가 친일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선 지난 대선 이후 국가기관의 총체적 부정선거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 하야와 사퇴를 촉구하는 등 이 나라가 총체적으로 어려운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시민연대를 출범시키는 궁극적 목표는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치권에 기대하지 않는 와중에 민간단체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 소리를 국민의 입장에서 내는 건 좋은데 이를 보다 조직적으로 모으고 시민을 정치 참여의 주체로 결집해 내고자 하는 뜻으로 희망시민연대가 만들어졌다.”

-희망시민연대는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춰 활동할 계획인가?
“내년 지방선거 등은 현 정권이 국민의 심판을 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민에게 왜 우리가 심판해야 하는지, 누가 정치권에 나가서 심판에 앞장설 것인지를 알려 나갈 것이다. 야권에 희망 없다는 말도 있지만 야권에 경종을 울리고 안철수 신당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기 위해 모인 모든 분의 뜻을 모아나갈 거다. 전국적인 조직이 될 것이고 시국강연도 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계획이다. 정치권 잘못을 인정하고 고칠 때까지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국가기관이 정치에 개입하고 헌법을 유린한 모든 것을 심판하면서 정치적으로 풀어갈 것이다. 정치권에만 맡기지 않고 시민의 정치 참여로 바꾸자는 데 의의가 있다.”

   
▲ 고 장준하 선생 장남 장호권 희망시민연대 상임대표
@이치열 기자
 
-구체적으로는 어떤 활동과 투쟁 전략이 있나?
“전략은 곧 전쟁을 의미하는데 정의와 부정, 정통성과 비정통성, 민주와 비민주, 민족과 반민족 세력의 싸움으로 본다. 현 정권에게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부정선거에 국정원과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을 샅샅이 밝혀 달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사태 해결을 국회에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단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정서에서 용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났다. 이 사건은 정부기관이 도청했을 때 몇 표가 움직였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용서할 수 없는 불법 행위 자체가 문제였다. 대한민국이라는 한 나라의 총 책임자인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부정이 있다면 당연히 물러나야 하고, 국정원 덕 본 일이 없다는 것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수준의 말이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정부기관의 실체를 숨기지 말고 떳떳하게 아니었다고 밝힌다면 국민은 더욱 지지할 것이고, 부정이 밝혀지면 박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에게 떳떳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나라의 비전을 위해서도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혀야 한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선언 후 지금은 지지율이 높은데 어떻게 전망하나?
=“사실 안 의원이 새로운 정치를 해야겠다고만 했지 신당을 만든다고 공표하지는 않았다. 아직 안철수 신당의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신당 창당을 국민이 원하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실상은 뚜렷한 내용이 없어 민주당 등 야권에 대한 불신이 반대급부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안 의원 쪽에서도 정말 국민의 마음을 얻고 가려면 조용한 일상적 정치운동이 아니라, 국민이 모두 소용돌이 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의원이 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정리해 국민의 요구를 맞춰줘야 한다. 안 의원도 지금이 평화스러운 상황이라면 정통성 있는 정당이 정쟁을 하며 국민에게 복지와 평화, 화합의 부드러운 방식으로 얘기할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그런 것만 가지고는 국민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다. 밝힐 것은 명백히 밝혀내는 투쟁도 필요하다. 그런 모습을 보여야 안철수 신당이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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