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방송발전계획) 발표를 하루 앞두고 지상파 방송사들이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울트라HD(UHD) 방송정책 등이 유료방송 중심으로 추진된다며 우려를 표하는 반면 중간광고, 다채널(MMS) 등 지상파 방송사가 요구하는 정책은 관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방송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UHD방송, 지상파 의무재송신, MMS, 중간광고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방송발전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다음날인 5일 방송, 통신업계에 큰 영향을 줄 ‘방송발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달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공개된 초안에는 지상파가 요구하는 UHD방송, MMS, 중간광고와 유료방송계가 원하는 8레벨 잔류 측파대(8VSB), 접시 안테나 없는 위성방송(DCS)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제한했던 것을 대부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링크: 미디어오늘 11월 14일자 <풀 수 있는 것 다 푼다… 8VSB·MMS·DCS 등 허용>]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부의 UHD방송 계획에 지상파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정부 초안엔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UHD방송을 각각 2014년, 2015년에 상용화한다고 되어 있으나 지상파 방송사는 빠져있다. 이들은 "유료방송을 중심으로 UHD방송을 추진하면 국민들의 매체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방성철 MBC 전략기획부장은 "(앞으로 방송은) 자연스럽게 UHD방송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국민들은) 무료 보편적인 지상파에서도 UHD방송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의 UHD방송 추진은 주파수 할당과도 연결되어 있다. 지상파는 UHD방송을 위해 700㎒의 여유대역을 방송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동통신업계는 통신용 할당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 측면을 강조하는 미래부는 지상파보다는 통신업계쪽에 무게중심이 가있다. 
 
   
▲ 한국방송협회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는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발전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사진=방송협회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발전계획이 유료방송업계에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치중됐다고 주장했다. 초안에 담긴 DCS, 8VSB 허용 등은 종합편성채널과 KT스카이라이프 등이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적재원인 수신료부터 광고, 유료방송 요금, 콘텐츠 제공 대가 등 다양한 방송재원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의 초안은 종합적인 균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KBS1, EBS만 해당되는 의무재송신 채널을 KBS2와 MBC까지 확대하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막대한 제작비 투자로 만든 프로그램을 아무런 대가 없이 유료방송 사업자의 비즈니스 도구로 사용하게 만들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의 존재 이유도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지상파 방송사 매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간광고와 MMS 허용에 대해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제도가 유료방송에서는 허용된 점을 지적한 후 "지상파 방송에만 금지된 중간광고는 이제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MMS 허용은 디지털방송 정보격차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방 부장은 "가입비 기반의 유료방송과 광고 기반의 지상파방송이 광고시장에서 함께 경쟁하게 됐다"며 "유료방송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상태에서 지상파만 규제한다면 공정한 경쟁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UHD방송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밝혀왔던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UHD 방송 추진은 지상파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이날 한 강연에서 "미래부가 케이블과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위주의 UHD방송을 추진한다고 해서 지상파가 반대하고 있는데 같이 갈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얘기하면 제조사에서 발목을 잡는다고 하는데 UHD TV가 팔리려면 미디어 콘텐츠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지상파가 방영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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