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에 종사하는 공무원 65% 이상이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현직 공무원 7366명(응답자 72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박근혜 정부의 공직사회 운영에 대한 공무원 설문조사’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18대 대선에 개입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개입했다”(매우 그렇다 29.6%, 그런 편이다 35.7%)는 의견이 65.3%(4748명)로 나타났다. 반면 “개입하지 않은 것 같다”는 답변은 10%에 그쳤다. 나머지 24.7%(보통이다)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공무원노조에 대한 공안탄압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물타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59.7%가 동의했으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1.3%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공무원 연령대는 40대가 40%로 가장 많았고, 30대(31.3%)와 50대(22.9%), 20대(5.8%)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60.8%, 여성이 39.2%를 각각 차지했다.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고 보는 공무원이 2/3가 넘는다는 것은 지난 대선 기간 공정선거와 선거의 중립성을 위해 투·개표현장에서 땀 흘려 일한 현직공무원들의 실망감이 표출된 것”이라며 “대부분 공무원이 정부와 수사기관의 주장과 달리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물타기라고 판단한 것은 공무원노조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지도 않았고 공무원노조에 대한 3차례의 압수수색 등을 부당한 공안탄압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참여연대 등 15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무원노조 공안탄압 저지와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공직사회 운영 능력을 묻는 평가에선 73.7%(5350명)의 공무원이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에 대한 처우가 이전 정부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는 응답자는 23.5%였으며 “개선됐다”고 응답한 공무원은 2.8%에 그쳤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설문에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응답은 11.4%(825명)에 불과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45.9%로, “보통이다”(42.8%)고 답한 공무원 수보다 많았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 임금 동결, 각종 수당 삭감 및 폐지 등으로 공무원의 실질임금이 대폭 하락한 데에 따라 현 정부에 대한 공직사회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며 “최근 시간선택제일자리를 통한 공직사회 비정규직 확산과 연일 쏟아지는 공무원연금 개악 발언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참여연대, 조계종노동위원회 등 158개 종교·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무원노조 공안탄압 저지와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열고 “박근혜 정권은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을 정권유지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패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10여 개월 동안 줄곧 대선 공약 파기,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 방해, 철도·가스 등 사회공공재의 민영화, 민주노조 파괴, 노동자와 시민에 대한 공안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결국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물타기를 넘어 현 국면을 적당히 넘기려는 꼼수이며, 노동운동을 무력화해 우리 사회 전체를 제왕적 방식으로 통치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무원노조는 권력의 시녀가 아닌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올바를 공직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으로 10년의 고통을 참아 왔는데 130여 명의 간부를 해고하고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내걸어도 그 책임은 일선 공무원 노동자가 대신 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계속해서 더 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재벌과 유착하고 약자를 탄압한다면 80만 조합원과 함께 더 큰 조직과 연대로 전 국민적 저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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