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4사가 출범한 첫 달인 ‘2011년 12월’에 대해 항목에 따라 평가기간에 포함하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하는 고무줄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방통위는 매출액 증가율을 계산할 때는 2011년 12월과 2012년 전체를 비교해 방송평가 점수를 후하게 줬으나, 편성 관련 방송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자 “한 달을 일 년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에 제출한 ‘2012년도 방송평가’ 자료를 살펴보면, 방통위 방송평가위원회(위원장 김충식)는 종편 4사에 대한 ‘매출액 증가율’을 평가하면서 2011년 12월을 2011년 전체로 가정하고 2012년과 비교했고, 50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한 TV조선 JTBC 채널A에 7.5점 만점을 줬다. 보도전문채널을 승계한 종편 MBN은 2.34% 증가율로 1.5점에 그쳤다.

방송기술 투자 평가 중 ‘향상도’ 항목도 마찬가지. 2011년 감가상각비와 2012년 감가상각비를 비교 평가한 이 항목에서 TV조선 JTBC 채널A는 만점 10점을 받았다. 25점 만점인 ‘총괄’ 항목에서도 위 세 사업자는 모두 만점을 받았다. 다만 보도채널을 승계해 기존 시설과 장비를 활용해 방송을 제작한 MBN은 ‘향상도’에서 6점, ‘총괄표’에서 15.83점을 받았다.

그런데 방통위는 채널A가 2011년 12월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을 전혀 편성하지 않아 방송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최민희 의원실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입장을 내놨다. 편성평가정책과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편성의 경우 반기, 연간 규제가 있고 월 규제는 없다”며 “방송법도 방송법 시행령도 방통위 고시 위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송법과 시행령, 방통위 고시는 애니메이션의 일정비율 이상을 국내 제작물로 편성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 ‘방송프로그램 등의 편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방송분 중에 국내제작 프로그램을 30% 이상 편성하고, 6개월 동안 특정국가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80% 이상 편성하면 안 된다.

방통위가 최민희 의원실에 제출한 채널A ‘2011년 12월 방송실시결과 보고서’를 보면, 출범 첫해인 2011년 채널A는 영국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만 편성했고 국내제작 애니메이션은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만약 방통위가 방송평가의 일부 항목처럼 2011년 12월을 ‘2011년 전체’로 본다면 방통위는 이를 규제해야 한다.

방통위가 고무줄 잣대를 적용해 ‘2011년 12월’에 대한 규제공백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종편의 경우, 승인장 교부(2011년 3~5월)부터 방송 개국까지 넉넉하게 방송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는데 2011년 12월도 평가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실 관계자는 “방통위가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편성평가정책과 관계자는 “2011년 12월은 방송평가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며 “한 달을 일 년으로 평가하자는 것은 방송법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1년 12월을 규제공백 기간으로 볼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과거부터 그렇게 운영해 온 관행이 있다”며 “한 달을 일 년으로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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