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처럼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민감한 나라가 있을까? 외세로부터 억압받고 고위층으로부터 핍박받은 역사가 많은 우리나라라 그런지 역사에 대해 말하고자 하면 대립과 갈등이 생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서로간의 생각은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대해 서로 맞다고 주장하며 고함을 질러대고 있다. 하지만 적 또한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가. 좋다 싫다 말해도 적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적을 동지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적과 함께 사는 법 / 김지방 지음 / 이야기나무 펴냄
 
특히 우린 ‘과거청산’ 단어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거를 바라보는 서로간의 시선이 불편할 정도로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청산’이란 단어에는 과거에 대한 현재 사회의 입장을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뜻이 담겨있지만 좌파와 우파로 나뉜 대한민국에서 ‘과거청산’이란 단어‘는 서로간의 분쟁을 불러일으키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거청산’에 대한 분쟁은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일어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인종 갈등 문제를 청산할 때, 캄보디아는 좌파 독재정부의 청산, 아르헨티나 우파 군사정권 청산, 미국 흑인 차별 역사를 청산할 때 사회적으로 많은 다툼이 일어났다.

<적과 함께 사는 법> 책에서는 과거청산에 대해 타국의 사례를 알려주면서 적을 인정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에서 ‘과거청산’을 해야 할 역사로 거론되는 여수·순천사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위 사례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갖가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980년 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섰던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국민일보 기자인 저자는 ‘역사는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마치 소설책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역사를 재밌는 이야기로 서술하고 있다. 과거청산에 대한 현대사 7가지 이야기를 담은 <적과 함께 사는 법>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지속될 적과의 관계를 동지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E. H. 카’가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이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에도 계속 영향을 주며 새로운 적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대립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인정하면 오늘이 보이고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적과 함께 싸우고 대립하면서 서로 공멸할 것이 아니라면 적을 동지로 만드는 방법이 오늘을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역사를 알고,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면 과거청산도 손쉽게 이뤄낼 수 있고 한발 더 나아가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 수도 있다. 우리 모두 역사공부하고 적의 생각과 시선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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