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국가기관의 불법·부정 선거개입과 관련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종교인들의 시국선언이 처음으로 나왔다.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그 주인공이다.

사제단은 22일 저녁 7시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천주교 신자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표명하는 선거를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기관을 동원해 무시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고,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진실을 요구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고집불통의 독재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은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천주교 신자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들은 국정원과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관련해 대통령의 사퇴 요구까지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지난봄부터 불법·부정 대통령 선거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 사건의 중심인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을 방지하도록 촉구하는 시국미사와 시국선언이 지금까지도 이어졌다”면서 “하지만 이 사태의 직접적이고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은 자신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청와대 뒤에 앉아서 국민과 대화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의 모든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진상 규명을 위한 책임자 처벌과 함께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하라”며 “이 요구가 들어지지 않으면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기도회와 시국미사를 계속하며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님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는 “우리는 아무것도 계획하고 획책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계획하고 획책한 이들보다 조금 더 앞서나갈 수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국기도회와 시국선언은 성령의 바람이며, 오늘 군산 수성동으로부터 시작해 신나게 몰아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국미사에서는 천주교 신자들의 기도도 이어졌다. 김현희(65·스콜라스티카) 신도는 “국민의 의사수렴과 판단에 기초해야 하는 대통령선거 중에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진실을 막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등 조직적인 범죄가 벌어졌다”며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 정신을 권력자들이 후퇴시키고 있어 대통령과 정치권이 국민이 소리를 외면하고 부도덕한 방법으로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달라”고 말했다.

사제단과 신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시국미사가 끝나자 손에 촛불을 들고 롯데마트 군산점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불법선거 규탄한다”, “대통령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22일 롯데마트 군산점 앞에서 열린 '불법·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 촛불집회. 사진=강성원 기자
 
본인을 중학교 교사라고 밝힌 유인경씨(가명·40세)는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교사로서 가만히 침묵하고 있을 수 없어 딸과 함께 나왔다”며 “특히 유신독재를 경험했던 사람들이라면 옛날로 회귀하고 있다는 현실에 더욱 위기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와 함께 촛불집회에 나온 남지현양(가명·8세)이 “엄마, 이 촛불집회 언제까지 하는거야?”라고 묻자 유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할 때까지”라고 답했다. 그러자 남양은 “그럼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해야 할지 모르겠네”라고 말했다. 유씨는 “딸이 보더라도 대통령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갖고 있는 그런 마음을 천주교 사제단이 대신 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내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한 회사원 명창권씨(44세)는 “박근혜 정부에서 하고 있는 여러 사례를 보면 부정선거의 증거가 나왔어도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기에 이에 분노를 느끼고, 우리나라 역사가 역행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 보고자 거리로 나왔다”며 “대통령 사퇴 요구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만약 대통령이 진작 책임 있는 사과나 행동을 보였다면 사퇴 요구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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