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 이어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 등지에서도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집회와 촛불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유럽순방 당시 파리에서 촛불집회를 벌인 이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협박성 막말에 더욱 분노한 교민들의 참여가 늘어났다는 것이 집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지난 15일 ‘국정원 등 국가기관 총체적 불법대선개입 규탄 뉴욕시국회의가 주최한 뉴욕 촛불시위에서는 지난 2~3일 파리 촛불시위에 이어 ‘박근혜는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닙니다’는 문구의 피켓이 든 사람들의 행진이 진행됐다.

뉴욕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와 보스턴, 필라델피아, 워싱턴 DC, 시카고, 뉴저지 등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시민 100여 명은 이날 저녁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광장에 모여 “부정선거 당선범 박근혜는 물러가라”, “민주주의 파괴주범 국정원을 해체하라”, “OUT! OUT! OUT! 박근혜, DOWN! DOWN! DOWN! NIS”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 15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뉴욕 촛불시위. 사진=정상추 페이스북
 
이어 16일 워싱턴 링컨 메모리얼 광장에서도 ‘사람사는세상 워싱턴’(공동대표 심영주, 조성태)이 중심이 돼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촛불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2012년 대통령 선거기간 중 국정원과 군 사이버 사령부, 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과 경찰의 의도적인 사건 축소·은폐가 있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 대한민국 국민과 해외 동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면서 “부정선거로 탄생한 박근혜 정부는 진상규명을 통해 정통성 회복과 관권선거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검찰총장 경질과 검찰 수사팀장 징계 등 수사기관에 대한 외압과 수사방해로 일관하며 스스로 부정선거의 공범임을 자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태 의원의 협박성 발언과 관련해서도 “최근 새누리당 김진태 국회의원은 조국의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프랑스 교민들을 상대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며 “미주 동포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조국의 현실을 깊이 걱정하며,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회복을 촉구하고자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장소인 이곳 링컨 기념관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고 밝혔다.

   
16일 워싱턴 링컨 메모리얼 광장에서 열린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촛불시위. 사진=사람사는세상 워싱턴 공식카페
 
뉴욕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이재수(54) 미주희망연대 사무총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뉴욕시위는 뉴욕시국회의가 주최한 6번째 시위로, 특별히 이번 시위는 지난 파리에서 있었던 국정원 규탄 시위 당시 한국 정부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보여준 망언에 대해 해외 양심적 동포들 모두가 파리 시위 참여자들에 동의한다는 의미를 갖고 준비했다”며 “시위행진에 참여한 유학생과 교민들뿐만 아니라 또한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정 선거 논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김진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대다수 동포가 폭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분들도 집회의 자유와 발언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시위를 통해 말했다고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발언은 무지함에서 나온 망발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국정원 등 대선 불법 개입과 그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돼 무너진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고, 빼앗긴 국민의 주권을 찾을 때까지 촛불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며 “앞으로는 미국이나 다른 해외 지역까지도 연대해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네트워크 소속의 한 여성회원(45)도 미디어오늘과 국제전화통화에서 “지금이 공안정국도 아니고 유신시대로 회귀한 것도 아닌데 시위했다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말이 안 된다”며 “김진태 의원은 해서는 안 될 말 했고 그 정도 말을 했으면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 대부분 사람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주최 측에서도 시위 허가를 받았고 현지 경찰들도 와서 집회 방해자와 시위대를 격리해 줘 굉장히 힘들이지 않고 시위할 수 있었다”며 “일부 극우 집회방해자들도 있었지만 이번엔 시위대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촛불시위는 시민의 권리와 자유로서 당연한 것인데 그걸 막으려고 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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