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노종면 당시 YTN 노조위원장 등 YTN 노조 조합원 4명이 긴급체포된 과정에 민간인 불법사찰을 자행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 중 한 명인 김기용 전 남대문경찰서장(현 의정부경찰서장)은 15일 재판에 출석해 윗선 개입을 부인했다.

김 서장은 이미 재판 서면답변을 통해 남대문경찰서장으로 취임(2008년 8월)한지 한 달 만인 9월,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찾아와 촛불집회와 YTN 문제 등을 거론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5부(부장판사 이성구)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김 서장은 당시 찾아온 인물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당시 노종면 위원장 등은 총파업을 몇일 앞두고 남대문경찰서에 긴급 체포됐다. 이는 경찰조사에 응해오다가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긴급체포여서 ‘파업 방해용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YTN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졌고, 김 서장의 서면답변으로 긴급체포 과정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하지만 김 서장은 당시 긴급체포가 총리실의 지시 아니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체포영장 신청 이유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할 때 (피의자가) 성실히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도피 가능성이 있을 때 발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YTN 노조 측은 경찰 조사에 응해왔고 체포 사흘 뒤에도 경찰 출석이 예정돼 있었다.

또한 김 서장은 “당시 YTN 조합원들이 새 사장(구본홍 전 사장) 선임과정에서 이에 반대하기 위해 감금하고 폭력을 휘둘렀다며 사측으로부터 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한 영장청구과정은 “검찰과 협의하고 법원에서 발부한 것”이라며 ‘정상적 절차’임을 강조했다.

   
▲ 김기용 의정부경찰서장(전 남대문경찰서장). 사진=정상근 기자
 
하지만 앞선 재판에서 2009년 당시 YTN 남대문경찰서 출입기자였던 김모 기자와 김 서장 사이의 대화내용에 따르면 김 서장은 기자에게 “(YTN이) 총파업에 들어가는데 이분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분들이니까 그런 것(구속한 것) 같다”며 “적법파업이긴 하지만 (법원이나 검찰은 이들이 출석요구에) 안 올 가능성을 높이 봤던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김 서장은 “(긴급체포가) 경찰 입장이라 할 건 없고 아마 검찰 쪽에서도 나름대로… 해당관련기관이라던가, 이런 흐름이 우리가 보는 시각하고 다른 시각이 있으니까”라며 ‘윗선 개입’의 뉘앙스를 풍겼다. 또한 김 서장은 “우리도 참 곤혹스럽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서장은 “당시 YTN 기자가 흥분된 상태였다”며 “파업이 적법이냐 불법이냐는 경찰이 판단할 수 없고 기자가 그렇게 말하기에 가볍게 맞장구를 친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관련기관’에 대한 질문에 “크게 의미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 모든 국가기관은 법질서에 신경쓴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 서장은 ‘곤혹스럽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전반적인 말의 취지는 ‘무조건 경찰을 미워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서장은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찾아와 YTN 얘기를 언급한 것은 맞는데 누구인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며 “(원충연 지원관실 조사관은) 얼굴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노종면 전 YTN노조위원장 등 기자 4명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로 불법 체포되는 등 국가기관의 범죄행위로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원충연 조사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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