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출산’ 그림을 전시했던 평화박물관 전 관계자와 법인에 대해 경찰이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피의사실 공표와 무리한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2일 오아무개(40) 전 평화박물관 사무처장과 사단법인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이사장 이해동)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오 처장 등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많게는 4000만 원까지 모두 1억2000여만 원을 비회원으로부터 모금했다고 밝혔다. 기부금품법상 100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하는 단체는 지방자치 단체나 안전행정부에 사전등록을 해야 하는데 오 처장 등이 이를 어겼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확인결과, (사)평화박물관은 지난 2006년부터 이미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등록돼 있었으며, 지난해 활동내용 보고 등 행정 절차를 이행한 후 등록 갱신까지 마쳤다.

   
▲ 홍성담_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194×265cm, 캔버스에 유채, 2012. 사진=평화박물관 홈페이지
 
경찰이 문제 삼은 부분은 정식 등록된 회원이 아닌 비회원들에게 1000만 원 이상 후원금을 모집해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박물관이 지난 4월 24일 종로경찰서 수사과 지능팀에 공문으로 제출한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의 후원금 내역’에 따르면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비회원 후원금이 1000만 원을 넘었던 해는 없었다. 비회원 후원금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엔 728만원에 그쳤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한 보수단체 회원의 고발에 따라 지난 5월 22일 평화박물관을 압수수색했다. 김영환 평화박물관 사무처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경찰에서 회원 명부를 압수수색 하고 통장 내역도 다 조사해 지난달 23일 오 전 사무처장과 경찰서에 출석해 확인과 조사를 받았다”며 “1000만 원이 넘었다는 구체적인 산출 근거자료를 보여 달라고 그러니 컴퓨터를 뒤지다 없다는 대답만 하고 나서 바로 검찰에 송치해 버렸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그러면서 “후원금으로는 꼬투리를 못 잡으니까 평화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강좌나 평화기행 등 행사 참가비와 프로젝트 사업비 등을 모두 합한 것 같다”며 “경찰에서도 혐의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검찰에서 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덕우 평화박물관 측 변호사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근본적으로 기부금품법은 지난 1998년에 ‘모집행위의 허가 여부를 행정청의 재량에 맡기는 것은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도 받은 적이 있다”며 “비회원에게 모집한 것도 전시회를 보러 왔다가 작품을 사는 등 불특정 다수에게 모금한 행위가 아닌데 억지로 갖다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경찰이 혐의 입증 자신이 없으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의견을 내든가 할 일이지, 검찰이 기소한 것도 아니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을 뿐인데 이렇게 터무니없이 언론에 혐의사실을 공개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종로경찰서 수사과 지능팀 담당 수사관은 “이미 검찰에 송치 의견서가 넘어가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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