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 분배가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12일 방송통신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올해 말 700MHz 주파수 배분을 끝내겠다던 방송통신위원회 내부에서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지난해 2월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남게 된 700MHz 대역 108MHz 폭 가운데 40MHz 폭을 통신사들에게 우선 할당하기로 한 데 이어 나머지 68MHz 폭의 처리 방안을 두고 고심해 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송사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방통위 상임위원의 임기 종료가 내년 3월이라 민감한 사안을 결정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 연구반을 만들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워낙 입장 차이가 뚜렷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굳이 연내에 용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주파수는 세계적으로 호환성이 중요한데 아직은 700MHz를 통신 용도로 할당하는 나라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미리 선점하는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700MHz 모든 대역을 지원하는 단말기를 만들라는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권고에 애플이 반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통신사들이 700MHz를 통신 용도로 쓰려고 해도 세계적으로 표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통신사들은 당장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지상파들의 존립 기반을 빼앗으려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한때 LT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해 주파수 자원이 부족하다며 엄살을 떨었던 것과 달리 지난 8월 주파수 경매 이후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늘려가며 덤핑 경쟁에 나선 것도 달라진 상황을 반증한다는 설명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방통위에 ‘국민 행복 700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700MHz 활용 계획을 제안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때 700MHz는 방송용이라는 입장에서 크게 물러서서 “700MHz 대역 가운데 54MHz 폭만 빌려주면 2025년 UHD 전환 이후에 최대 150MHz 폭을 반납하겠다”는 단일 안을 확정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전환과 함께 전송 방식을 현재 MFN(다중주파수망)을 SFN(단일주파수망)으로 바꿔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상진 SBS 뉴미디어전략팀 차장은 “불필요한 논쟁 없이 최소한으로 요구해서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UHD 전환은 단순히 화면 크기를 네 배로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송 효율을 높여 난시청 문제를 완벽하게 해소하고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직접 수신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려 독자적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 700MHz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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