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은 UHDTV 전환과 함께 압축방식을 현행 MPEG2에서 MPEG4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HEVC로 간다는 계획이다. 압축효율이 높아져서 훨씬 좋은 화질로 내보내면서도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HD방송에서는 2HD 또는 1HD와 3SD의 다채널 서비스(MMS)가 가능하지만 HEVC 압축방식에서는 1UHD 또는 4HD로 채널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이상진 SBS 뉴미디어전략팀 차장은 “일부에서는 주파수를 줘도 UHD 방송을 못 할 거라고 하는데 주파수가 없으면 정말 못 한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케이블 방송사들이 UHD 실험방송을 한다고 하는데 콘텐츠도 없는데 뭘 갖다 틀 건가, 벌써부터 해외에서 UHD 콘텐츠를 수급하러 다니느라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콘텐츠를 만들지 않으면 시장 자체가 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차장은 “어차피 지상파 직접 수신비율은 5%도 채 안 되지 않느냐, 결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들어도 케이블이나 IPTV 등 유료방송을 통해 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건 가봐야 안다, 현재로서는 UHD 콘텐츠를 유료방송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지상파 방송사들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자신감의 이면에는 UHD 전환과 함께 직접 수신비율을 끌어올려 유료방송 플랫폼과 정면으로 승부한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이 차장은 “통신사들은 트래픽이 급증한다고 엄살을 떠는데 늘어나는 트래픽은 음성이 아니라 데이터고 데이터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동영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차장은 “방송사가 UHD 방송을 못하는데 통신사가 할 수 있겠느냐”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한국에서 만든 한국 언어로 된 콘텐츠가 유통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콘텐츠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UHDTV의 대중화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지만 이 차장은 단호했다. “이미 HDTV보다 저렴한 UHDTV가 나오기 시작했고 2015~2016년이면 UHDTV가 지금의 HDTV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질 거라는 전망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시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1920×1080 픽셀을 지원하는 삼성전자 50인치 HDTV는 1149달러인데 중국 기업이지만 TCL의 50인치 UHDTV는 3840×2160 픽셜을 지원하면서 999달러 밖에 안 한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65인치 UHDTV 패널 가격은 같은 크기의 HDTV 패널의 3.5배였는데 4분기에는 1.3배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전체 TV 시장에서 UHD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3%에서 2016년이면 34.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FT-LCD 패널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91%나 폭락했다. 이런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UHDTV 시장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올해 판매되는 130만대의 UHDTV의 70%를 중국산이 차지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가 UHDTV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UHD로 가는 큰 흐름이 이미 형성됐다는 이야기다. 서둘러 변화를 따라잡지 않을 경우 중국에 이 거대한 시장을 그대로 내주게 된다는 조바심 섞인 우려도 나온다.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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