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의 검색 트렌드를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건 정설이 되었다. 구글에서 독감을 검색하는 이가 많아지면 실제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한다는 것도 널리 퍼진 이야기다.

그렇다면 검색 트렌드로 소비자의 관심사도 추적할 수 있을까? 이를 추적하면 기업은 제품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09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네이버 트렌드에서 스마트폰 관련한 디자인, 크기, 화질, 스펙, UI 등 키워드의 검색량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검색량의 추이는 2009년 UI→10년 스펙→11년 화면크기→12년 디자인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2009년에 UI가 다른 요인들에 비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며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이 아이폰의 차별화된 디자인과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편한 UI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0~2011년엔 카메라 화소, 램 용량 등 스마트폰의 스펙에 대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LG경제연구원은 "새 스마트폰들이 쏟아져 나오고 스펙의 차이가 비교적 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정보 탐색을 활발히 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스펙에 대한 검색이 줄어든 건 현재 출시되는 스마트폰들 사이에 스펙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소비자들은 화면과 크기에 주목했다. 반면 UI 등에 대한 검색량은 줄어들었다. 또 LG경제연구원은 "특히 2012년 이후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했다"며 "아마도 출시된 스마트폰들이 스펙, 화면 크기 등에서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검색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인터넷 이용자의 대부분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비교한다. 2011년 '코어'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이용자의 85%가 구매 전 온라인에서 정보를 검색한다.

최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게시물을 분석해 소비자 관심사를 찾아내는 텍스트 마이닝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획득, 저장, 관리하는 서버를 구축해야 하고, 대부분 자연어인 SNS 게시물을 분석하는 기술도 아직 미흡하다.

반면 검색 데이터는 누구나 구글 트렌드와 네이버 트렌드에서 접속해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검색어는 키워드 중심이기 때문에 비정형인 SNS 빅데이터보다 오류가 적다.

기업의 홍보용 게시물을 제외하기 때문에 신뢰도도 높다. LG경제연구원은 "검색 데이터는 소비자가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남긴 흔적"이라며 "기업의 의도나 목적에 의해 좌우될 여지가 적다"고 밝혔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기업들이 지원하는 대가성 소셜 미디어 평가 및 리뷰가 2014년까지 전체 리뷰의 10~15%를 차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검색량은 브랜드의 영향력과 매출과도 연관이 되어있다.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 브랜드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갭(GAP)의 브랜 가치는 2009년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자라(Zara)의 브랜드 가치는 급격히 상승했다.

구글 트렌드를 보면, 갭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09년 이후 낮은 수준에서 유지된다. 자라의 검색량은 2009년까지 소폭 상승하다가 그 이후 상승폭이 매우 커졌다. LG경제연구원은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검색 트래픽의 변화 양상과 브랜드 지수의 변화 양상은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색 데이터의 한계도 있다. 무엇보다 검색엔 쏠림 현상이 존재한다. 올해 초 미국에서 변종 독감에 대한 공포 때문에 독감 검색량은 증가했고, 구글은 실제 수치보다 두 배가 넘는 독감 예상치를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은 "검색량이 갑자기 증가했을 때 실물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고려가 항상 동반돼야 한다"며 "검색 데이터는 검색 내용의 긍정, 부정 의미 판단이 불가능하므로 검색량 증가 원인을 찾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제품에 따라 구매 전 정보 탐색의 수준이 다른 점도 있다. 전자제품 등 신제품에 대해서는 활발한 검색 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소비자가 너무 잘 알아서 검색하지 않는 제품이나 브랜드의 경우 소비자의 관심의 정도가 검색으로 반영되지 않기도 한다.

김민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검색 데이터는 막연히 감으로 알고 있던 부분을 확인하거나, 잘못 생각한 부분을 올바르게 수정하기 위해 다른 조사와 함께 활용될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의 태도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거나 위기 사건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검색 데이터 분석이 기존의 조사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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